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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2

야, 내가 만만해?

웃기려고 쓴 제목도 아니라구. 평소에 농담처럼 했지만 농담처럼 하는 말도 아니라구. 야, 내가 만

만해? 또박또박 쓰는 것 같지만 내가 한 글자 한 글자를 쓰느라고 지금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아? 야,

내가 만만해? 나도 공부하고 싶은 거 많은 사람이라구. 재산같은 거 나, 신경 안 쓰고 싶다구. 하고

싶은 거, 해 주고 싶은 거, 잔뜩이라구.




어쩌라구, 썅.



Solutions are always you. You guys are always great for me. Thanks for always

being there, fellows.  소중해. 소중하다구. 느낄 수 있겠지? 네 얘기를 하고 있다는 걸. 이름을 언급

하지 않아도 좋아. 난 항상 열고 있어. 너라고 생각하면, 그게 바로 너라구. 아, 취한다. 취한다.

취한다. 취한다. 취한다. 정말 취한다. 2002년 하반기  가장 취한다.




나 아직도 그 여자 좋아해. 좋아한다구. 하지만 새 여자를 찾고 싶어. 잊고 싶어선지, 아니면 새 사람

이 필요해선지 나도 잘 몰라. 잊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찾는다는 것이 윤리적으로 타당해? 라고 나한

테 묻지마. 총으로 쏴 죽일테야. 네가 나하고 한 번이라도 애인 없는 때의 힘든 시간을 고민해

줘봤어?  야, 너! 네가 내 고민을 알아? 왜 없는 돈 털어서까지 술을 먹는지, 너는 알아?  내 인생을,

최대호라는 사람을, 너는 알아?







타인들, 미안. 나도 아직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없어.  나는 나를 알아?





...왜 나는 14도짜리 매화수 서너병에 취해서만 이런 질문들을 할 수 있는 걸까.

부끄럽다. 내일이면 이 글을 지울까. man. 부끄럽다. 창피하고 부끄럽다.

나의 감정들을 솔직히 말하는 명예로운 행위에서도 나는 일말의 자랑스러움조차

느끼지 못 한다.






잘 살아. 그 사람이여. 잘 살아. 부디, 부디 잘 살아 줘. 부디 잘 살아주어,

내가 너와 다른 길로 간 것이 너에게 나은 길이었다고 스스로도 납득하도록,





잘 살아주어. 부탁이야. 유행가 가사처럼 보일까봐 부탁이라는 말 앞에

마지막이라는 말은 붙이지 못 하겠어. 어차피 그대는 이 글을 보지도 못

할테지만. 못 보도록 내가 할 테지만. 그래도 잘 살아 주어. 부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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