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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0

안양에 다녀왔다.

둘째 고모가 암으로 입원해 있는 안양의 병원에 다녀왔다. 엄마는 자기 몸도 편치 않으면서 고모와

고종 사촌들을 위해 닭죽을 쑤고 사천 짜장 양념을 만들었다. 둘째 고모는 몇 년 전에 돌아가신 큰

고모와 함께 집안의 유명한 뚱뚱이이다. 십여 년 전 내 첫 연극을 보러 왔던 두 분이 함께 올라서자

그 튼튼한 무대용 덧마루가 우지끈 내려앉은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48kg라고 했다. 네 명의 고모들

은 골수 최씨답게 대체로 풍이 센 편이라 나는 고모들의 말이라면 일단 걸러서 듣는 편인데, 그럼에

도 암 말기의 환자가 이번에 퇴원하면 무슨 일이 생겨도 다시 병원에는 안 올란다, 하고 말하는 데

에는 묵직한 느낌이 있었다. 고모는 항암 치료를 받는데도 머리숱이 많으시네요, 전 서른 되더니

머리가 막 세고 빠져요, 같은 시덥잖은 소리를 붙이다가 돌아왔다.


병원으로 가는 길에, 고모는 아직 당신의 하루하루가 '여생'인 줄은 모른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 순간

들을 겪을 때마다, 왜 삶에 뚱딴지같아 보이는 '무겁다'는 말을 붙이는지 한 번씩 느끼게 된다. 고모

의 여생이 당신의 생각만큼 길고, 행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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