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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2

안녕



여섯시를 마악 넘길 즈음인데 벌써 밖은 깜깜하다.  



신촌의 하숙집에서도 요새는 오락을 하는 손가락이 굳어 어이없게 주인공이 맞을 정도로 쌀쌀해져

긴 추리닝 바지를 입고 있긴 하지만.

(사실 긴 바지를 입게 된 가장 주된 이유는 제일 좋아하는 반바지를, 주인인 내가 인천에 다녀오는

동안 그다지 청결하다는 인상을 받은 적이 없는 동기가 마음대로 입고 있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아서

이다.

-'마음대로'부분이 아니라 '입고 있었다'부분이 큰 충격이다.-   큰 맘 먹고 샀던, 그 아랫부분 줄이는

7부바지도 방에 자러 온 이사람 저사람이 입는 걸 보고 빨래도 하지 않은 채 구석에 처박아 놓은지

한달이 넘은 것 같다.)




인천 집은 널찍하고, 따뜻한 공기가 계속 있으니까, 반바지를 입고 있어도 별 불편을 느끼지 못 하

였다. 그러다가 경비실까지만 심부름을 다녀오라는 암마의 말에 '에이, 바로 앞인데 경비실정도야'

하고 우습게 보고선 붉은 악마 티셔츠와 허벅지가 요염하게 살짝 나오는 반바지를 입고 나갔다가

몸살 초기증상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CF음악으로도 유명한 Vangelis의 One more kiss, dear를 듣고 있자니 이제는 정말로 겨울이

다 된 듯한 느낌이다. 내일 서울로 올라갈 때 입을 옷도 잠바와 더플코트중에서 골라 보려고 마음먹

었다. 잘가라고 가을에 인사 한 번. 다같이 사진을 보고 2002년 가을에 인사해주자. 올해도, 덕분에

좋은 일들 많았어.  긴 후드티를 입고, 코를 훌쩍이면서 인사를 하니까 어쩐지 겨울과 바람 피우기

시작하면서 보내는 것 같아 마음은 별로 안 좋지만.  잘 가고, 내년에 또 오라구.  가기 서운하면,

며칠 더 남아있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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