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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3

아아..

언제나와 같은 연극연습. 그나마 오늘은 조금 잘 풀려 주었다. 그런데 연습이 끝나갈 무렵 (언젠가

의 일기에서도 언급한 바 있는, 지난 연극 '굿 닥터'를 관람하러 왔다던) 지난 여자친구가 왔다. 전

혀 예상을 하지 못 했던 바이고, 연습에 오는 대부분의 외부인들과 연락을 취하는 것이 주로 내가

하는 일이기에 놀라움이 더했다. 영 좋지 않은 마음을 안고 내려가다가 좋지 않은 때에 후배를 만났

다. 정말로 예뻐하는 동생인데, 신촌에 살다가 다른 동네로 이사를 하는 통에 어제 오늘 연습을 못

왔던 녀석이다. 그런데 신촌에서 활보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어쩐지 얄미운 마음이 들어 평소에 하던

대로 쥐어박았는데, 그것이 분했는지 팽 울면서 가는 바람에 그녀석과 같이 있던 02학번들에게서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스스로도 귀여워하는 녀석이라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예전 여자친구는 신촌

에서의 술자리에까지 같이 갔다. 이번 연극에는 누차 말하듯이 선배가 많은지라 억지로 말을 시키기

도 하고, 진지하게 말을 시키기도 하고, 여하튼 가지가지로 힘들었다. 거기에 기획으로서 나름대로

열심히 했던 일들에 대해 흠들이 드러나고, 울고 간 동생에 마음이 쓰이는 데다가 같은 술자리 저

편에서 웃고 있는 전 여자친구가 마음에 걸려, 정말이지 2003년 들어 가장 힘든 한 때가 되고 말았

다.


이문제 저문제, 해결은 대충 지었지만, 정말이지 한해 한해가 갈수록 사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절감한, 절실히 공감한 하루였다.


돌아오는 길에는 6학년 때부터 들어왔던 015B의 '우리 이렇게 스쳐 보내면'의 가사를 처음으로

'들어 내고' 또 다시 한 해가 갈수록 '느끼게 되는' 유행가 가사가 늘어감에 문득 눈물짓게 되었다.



힘들었다. 잘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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