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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3




한달에 한 번 정도 들러 보게 되는 스노우캣 홈페이지의 (www.snowcat.co.kr) 스노우캣 다이어리

에서 스노우캣이 프로방스에 가게 되었다는 일기를 읽었습니다. 지난 번에 프라하에 갔었다는 일기

를 읽고서도 배가 아파 견딜 수가 없었는데, 프로방스라니. 아, 프로방스라니. 세상에.


누군가가 공짜로 한달동안 여행을 보내 줄테니 어디로 갈 게냐, 라고 물어보면 저는 주저없이 프로

방스로 떠나갈 것입니다. 프로방스가 어떤 곳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그 모습을 사진이나 인터넷 자료

등으로 접하기 전에 먼저 알퐁스 도데의 전집을 읽어야 할 것입니다. 그의 글들 대부분에서는 꼭 찍어
프로방스가 아니더라도 프로방스풍(風)으로 대변되는 남부 프랑스의 풍요로운 이미지가 넘쳐

흐릅니다. 그 지방에 관한 묘사들, 풍경도 풍경이거니와 소박한 농부들이나 축제날의 아낙네들에

관한 글을 읽고 있으면 정말이지 풍요, 풍려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알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시각적 이미지로 느껴 보고 싶은 분들은 실사로 찍힌 사진들을 찾아 보지 마시고 고흐의 그림들 중

'프로방스의 농장'이라는 작품을 찾아 보시길. 작가가 고흐이기 때문에, 그리고 소재가 프로방스이

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그림일 것입니다. 어떻게든 링크해 보려 했으나 본인의 부족한 컴퓨터

실력탓에...일기와 함께 올릴 수 없음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림은 어디까지나 그림일 뿐이지만,

사실도 오로지 사실만은 아니므로 그 그림을 보며 감히 나는 사진으로보다 더 프로방스를 잘 느낄

수 있으리라고 장담합니다. 아, 프로방스.


좋아하는 작가를 대라고 하면 열명 안에 반드시 꼽는 작가가 알퐁스 도데인데, 알퐁스 도데하면 또

생각나는 작가가 있습니다. 이탈리아가 낳은 천재적인(본인은 이 표현을 싫어할지도 모르겠군요.

아니, 싫어할 겁니다.) 이야기꾼, 죠반니노 과레스끼. 알퐁스 도데에게 프로방스가 있다면 죠반니노

과레스끼에게는 뽀 강이 있겠죠. 돈 까밀로와 빼뽀네가 오늘도 머리 터지게 싸움질을 하고 있을 뽀

강. 한동안 이 신부님 시리즈도 미친 듯이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한 작가에게 있어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장소가 있고 거기로부터 영감을 얻어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축복일 것입니다. 제 첫 소설도 인천을 배경으로 하였고 인천이 아니었으면

나올 수 없는 이야기였다고 생각은 하지만, 감히  프로방스와 뽀 강에는 댈 수 없겠죠.


아, 프로방스. 아, 뽀 강.  왜 요새 이렇게 마음이 싱숭생숭한가 했더니만, 여행이 가고 싶었나 봅

니다. 주말내로 돈이 마련되면, 다음주 수요일 수업을 빠지고 화요일 저녁에 여행을 떠날 것입니다.


아. 프로방스로 떠날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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