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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6

시월

항상 생각하지만, 조롱조롱이든 주렁주렁이든 마음에 맺히는 것이 있어야 그것이 흘러나와 글이

된다. 책은 쌓였고 웃음은 그칠 일이 없고 애인은 귀엽고 배에는 기름이 두둑하게 끼었다. 모자랄

것이 없는 나는 쓰는 것도 기피하게 된다. 써 봐야 별 게 없는 걸 뻔히 알기 때문이다. 예상은 했지만,

보름씩이나 쓸 것이 없을 줄은 몰랐다. 고민이랍시고 한다지만 그닥 큰 고민은 아닌 모양이다.


인도여행은 얼추 윤곽을 갖춰 가기 시작했다. 군에서 머리 싸쥐고 생각하던 문제들은 막상 사회를

마시자 쉬엄쉬엄 풀려 버렸고 할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도 명확히 갈렸다. 덕분에 여러가지 의의

를 가졌던 인도행도 이제는 어릴 때부터의 동경 이외에는 그리 효용이 없는 상태.


언제 또 갈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10년짜리로 신청해 놓은 복수여권이 내일 아침이면 나오고, 내일

이나 모레쯤 신청할 인도비자는 다음 주 초면 나온다고 한다. 여행사 아가씨는 그렇게 진행한다면

다음 주 목요일쯤 출발하셔도 상관 없다고 말해 급작스레 나를 철렁하게 했다. 그러고 보니 다다음

주면 11월이군.


I'm flying to India. 이렇게 말하게 될 수 있을 줄은 몰랐다. 기대하지 않았던 행운에 항상 겉멋

삼아 쓸쓸해 하던 나의 시월은 화 풀 곳을 몰라 당황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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