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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8

숙제

회사원들에게는 가물가물하거나 아예 옛날의 단어이겠지만, 직업을 공부로 택한 내게는 이십 년째

숙제가 있다. 문학을 공부하며 숙제로 논문을 쓴다는 것은 일단 풍부한 독서를 기반으로 하는 것인데,

이십 대의 중반까지도 이 길을 확연하게 선택했던 것이 아닌 인생으로서는 앎의 깊이가 항상 얕게 찰

랑찰랑할 뿐인 것이다. (이 또한 편견일 수 있겠지만) 다른 분야라면야 날 잡고 각오하면, 독창적인

비평을 갖게 되는 데에까지는 이르지 못 하더라도 적어도 텍스트를 읽는 것은 문제가 없겠지만 한문

학에서는 한 꼭지 읽는 것만으로도 날을 지새우기 일쑤다.

시간에 맞추자면 당연히 1차 텍스트가 아니라 2차 텍스트에서 얻은 지식을 조합하는 수밖에 없는데,

이 얕은 공부에 짜증을 내고 직업으로 대학원을 택한 터라 질리는 마음은 백배가 더하다. 아는 얘기

만 썼으면 좋겠는데, 아는게 없으니까 본문이 반 각주가 반이다.


아무튼, 이런 생활을 하다 보니 글을 쓰는 것에 환멸이 느껴져 일기를 좀 쉬었다는 변명. 오늘 새벽

만 넘기면 한숨은 돌리니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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