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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2

송지희님






원래 제목은 지희놈아 받아라라고 적었건만 그 강철의 펀치와 함께 하이high한 센터로 꾸짖으실 것

을 떠올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만 바짝 엎드리고 말았다. 지희님에게 안 맞아 보거나 귓전에서 소리

질러대는 것을 들어보지 못 하신 분은 함부로 비겁하다 욕하지 말길.



누굴 줄까 누굴 줄까 고민고민해 봤는데, 조금조금한 것이 역시 지희를 주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어제 리딩, 나는 좋았다. 소영이 누나를 처음 만나 리딩을 했

을 때에 아, 이 사람과 한 무대에 서서 같은 상황을 겪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제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연기를 하기 위해 일부러 침울하게 몰입해 있던 기분이 한번에 다른 생각으

로 인해 확 날아가는 느낌.

게다가 이번엔 내 아들놈이 어느샌가 무럭무럭 자라 보지도 못 했던 리딩을 해서 놀란 것이니 그 정

도가 더 크다고 해도 좋다.  우리 둔한 아들놈. 잘도 하고 있구나.



내일 오빠 대전으로 답사 간다. 예쁜 사진 많이 찍어다가 보여줄게. 다음주에는 서울대공원 가서

좋은 사진 찍자꾸나. 허 수가 원준이한테 생일선물이랍시고 대공원 입장권을 몇 장 주는 것을 봤단다.

갈취해서 가자.



송지희, 메리 크리스마스. 매일같이 만나 또 연극준비할 것이 얼마 안 남았다. 정말 빠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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