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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3

선배 최대호







연극과 인생에 또 새얼굴들이 들어왔다. 제 20회 공연 <꿈의 연극> 합동평가회의 뒷풀이에 참가

했다가 그대로 환영식을 받아낸 03학번 이수진양, 김수진양, 석훈군(미안 성을 까먹었다.).


십대의 중반에 겸양의 힘을 체험하고 열심히 살고 있지만, 그것들 전부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라고는 말할 수 없다. 이따금 좋은 인상을 위해, 혹은 남들 앞에서 튀어보이지 않기 위해 마음에도

없이 겸손한 말을 할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선배라는 말 앞에서는, 나는 정말이지 무력해진다. 이것이야말로 겸양이 아니라 진심이다.


무엇이 선배라는 말을 규정하게 하는 것인지에 대해, 나는 도무지 대답을 찾을 수가 없다. 혹은

일정한 단어의 조합으로 정의할 수 없다 하더라도 나의 신입생 시절에 선배들을 보고 느꼈던, 그들

이 선배인 이유를 나는 후배들 앞에서 체현해 보이지 못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괴롭지 않다. 20대의 초반까지도(물론 지금도 초반이지만. 히히.) 나를 얽매는

가장 큰 틀이었던 권위와 자만등을 깨나가는 데 있어, 내 자신이 얼마나 약한 사람인지, 얼마나 무지

한 사람인지를 직시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일이고, 후배는 그런 작업을 하는 데에 있어 정말이지

받아들이기 행복한 촉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입장. 친구같은 선배, 동생같은 선배를 자처하며 함께 걸어나가는

것도 좋겠지만, 스무살(과 스물한살. 에휴. 한심한 효중 지훈.)들에게는 20대의 첫번째 발걸음과 두번

째 발걸음이 어디로, 얼마만큼의 힘으로 딛어져야 하는지 말해줄 수 있어야 할텐데.


이것이 아주 근래에 들었던 고민이다. 그래서 그만큼을 할 수 있게 나 자신을 채워나가야겠구나.

선배로서의 모습은 어떠한 의사를 단순히 피력하는 등의 단순한 행위(통칭 '꼰대질'이다.)등을 통

해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순간을 열심히 살고 있는 데에서 보여지는 것이겠구나.


...라는 지극히 꼰대스럽고 정의만발 권선징악적인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고민을 하고 하나의 해답을 실천하려는 때에 내새X들이(이 게시판에는 욕설자정기능이 있

다. 이정도는 봐줘도 괜찮을텐데.), 사랑하는 모임의 가족구성원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는 것은 정말

이지 가슴뿌듯한 경험이었다. 즐거운 사람들과 함께 마시면 술이 빨리 취한다. 어젯밤에는 내내

얼굴이 벌갰다.


반갑습니다. 반가와요. 연극과 인생에, 내 인생에 새로이 들어와 주신 분들. 재미나게 놀아봅시다.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은 아직도 많다. 그러나 연극만이 그 사람들과 나를 묶을 수 있는 줄은 아닐

것이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 그것을 쌓아 나가기 위한 노력. 얼마나 가슴뿌듯한 것인지.


문득 1학년 때 어떤 '선배'님이 했던 말이 기억난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기 위해 만난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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