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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4

새해인사가 너무 길어

원숭이를 다른 이름으로 잔나비라고 부른다. 나이가 어려서 발광하던 경포대의 헌팅장이(과연 '장

이'로다.)의 입버릇이기도 했지.

[몇살이세요?-팔공년 잔나비띠입니다.]

물론 뻥. 여하튼 그래서 잘 알고 있는 팔공년 잔나비 띠. 해가 돌고 돌아 한 살 위 형님누나들이 자기

해를 맞이하는 모습까지 보게 되었다. 내후년은 내 차례다 생각하니 참담하기 그지없다.


내 기분이야 어떻든 일단 해는 잔나비해. 서기 2004년. 만으로야 아직 반년도 넘게 스물둘이라

우길 수 있지만 어쨌든 스물넷이 오고야 말았다. 어쩐지 무서웠거든. 스물셋까지는 철없어도 얼렁

뚱땅 넘어가겠지만, 유년기의 내가 어른의 척도로 삼았던 것이 스물넷이었거든. 스물셋에서 스물넷

으로 넘어가는 그날 밤에, 동공이 커지고 전신에서는 빛이 뿜어나오며 격렬한 고통이 지나가고 나면

어른으로 변신해 있을 줄 알았거든. 사과를 깎지 않고 그냥 먹을 때에도 손에 과즙 하나 안 묻히는

어른. 지갑과 손수건은 항상 가지고 다니는 어른. 운전면허증을 가진 어른. 세금을 내는 어른.

스물셋이 삼십분 남았는데 그 중 할 줄 아는 건 사과 먹을 때 안 흘리는 거밖에 없네. 그나마도 가끔

은 흘린다지. 미안, 유년기의 최대호. 난 스물넷에도 어른이 되지 못 했어. 아마 스물다섯에도 그럴

거야. 미안. 정말 미안.


유년기의 최대호에게 미안해 하는 마음은 아랑곳 없이 어쨌든 2003년의 최대호에게 잘 대해 주신

분들. 고마운 분들. 안 고마웠으나 오늘 하루 문자 보내주신 분들. 들들들. 얼렁뚱땅 나이순 묶음순

으로 써 보았으니 자신의 이름을 잘 찾아보고 없으면 항의하시라. 배불러서 생각이 안 나는 중이라.


집안의 귀염둥이 세영이. 내년엔 열살. 오빠랑 같이 살았던 날들은 잊지 말아줘. 그리고 [진지] 오

빠는 삼촌이 아니라 사촌오빠야.


말 잘 안 듣고 문제 잘 푸는 현호와 말은 잘 듣지만 문제는 못 푸는 유나, 2004년에도 선생님만

믿고 험난한 공부의 길을 잘 따라 오도록. 내가 곧 진리요 빛이니.


올해 알게 된 스무살(과 분류가 귀찮아 일단 묶어두는 재수생 스물한살) 떼거지들. 고된 군생활에

신음하고 있을 일란성쌍둥이돼지형제 효중이 지훈이, 저러다 복덕방영감 되겠네 싶게 살찐 인태,

드디어 나타난 훈이형의 일등색시감 석훈이, 재미있는 얘기 하나 안 해도 귀여워 죽을 지경인 성무,

03년에도 그 계보는 있을 줄 알았다 세로, 잘 해오다가 막판에 대근이 배신한 솔로탈출 은주, 휴가

나오면 그대로 말 놓을지도 모르는 기고만장 수진이, 내년엔 90%확률로 04영계 냉큼 물어찰 것 같

은 따끈, 대학생활 꽉 채울 것 같은 빵쥬르, 살빠져서 속상하다 지희, 이렇게 연락 안 하면 혼내준다

윤주, 03같지 않아서 깜빡할 뻔 했다 성민, 기다림도 사랑이라지 정아, 새로운 주사를 기대할게 희진

,래스트 벗 낫 더 리스트 내년은 너의 해 큰형님 유민지.


고된 2학년생활이었을 스물한살들. 챙기고 싶어 안달이 나는데 마음보다 말만 앞서는 보연보미 보자

매들, 올해 학교를 다니게 되어 다행히도 더 알 수 있었던 대지언님과 머리 잘 자른 태현, 하숙방의

여신 빛나씨, 회장이 어울리지 않지만 종래에는 어울리게 만들어 낼 것을 의심하지 않는 노땅 성호,

커플이 둘다 그러네 02인지 모르겠다 편, 삶을 걷다가 또 만나 영지, 많이 못 놀아 줘서 미안하다

인국, 마음을 보이지 못 해 항상 미안해 현경, 그리고 무엇이 어떻게 되어도 챙기고 갈 내새ㄱㄱ ㅣ

들(필터링때문에 어쩔 수 없어), 나이 좀 그만 처먹어 내 사랑하는 촌년 지희, 일본 가서도 열심히 해

경아, 이제 그만 대범해져 원준, 그대로 밀고 나가라 학진.


언제나 옆에서 힘이 되어 주는 학교 동갑내기들. 올해에는 얘기를 많이 못 했다 진엽, 덕분에 고마

웠어요 소정씨, 연락해 이 못된 여자 나은, 벌써 반년 다 됐네 좋겠다 진섭, 연애 잘 해 봐 왕왕, 이제

반년 남았네 제기랄 수, 올해도 고마운 인연 소주먹자 안개님, 크라바트 표지는 평생의 추억 나비

씨, 우린 어디선가 또 볼거야 나의 미녀스탭 피님, 멋지게 뉴 라이프 시작해 주희, 학교묶음에 넣기

도 무안하다 영성군 등등등. 여긴 빠져도 욕하지 마. 배불러 죽겠다구.


덕분에 크라바트 끝까지 밀고 갈 수 있었어요 대지엉아, 항상 생각해요 기훈엉아, 생애 최고의 선물

윤선엉아, 나이많아 징그러 소영할멈, 잘살아 진효씨, 죄송해요 회경이형, 고마워요 영전이형


뭘 하고 사시나요 진영누나 하영누나, 드디어 연애 축하해요 유진이형, 98에 같이 넣기 민망해

훈이할아범, 한학기동안 수업 도와줘서 고마워요 익신언니.


보고 싶어요 원배형, 보고 싶어요 지은누나, 할 말도 막혀버리는 영미대장님 지연마미.


서른두살! 이야하하 대박이다 앨! 올해 1월에도 상주 간다!


우리 성선생님 기습해요 송미누나, 결혼 축하해요 연경이 누나.


정말로 받고만 있습니다. 이경훈 선생님 이윤석 선생님 정현종 선생님 마광수 선생님 성석제 선생님

허경진 선생님. 받고, 또 받고만 있어서 다만 죄송할 뿐이예요. 복학하면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연극안에서 만난 사람들. 더 말할 수도 없는. 꼭 또 만나요 소연이 누나, 인천와요 배선생님,

재미있었어 희재야, 당신은 최고의 열림쟁이야 박짱!, actruly 현호형, 여우주연상은 눈앞이다 소영

할멈, 고맙고 고마운 주사대마왕 경호형, 계속 보여주세요 기웅이형, 만나는 매 번마다 배워요 재엽

이형.


전설의 6학년 3반 어깨들. 고마워 인주, 반가웠어 영란, 언제나 보고 싶어 영자, 연락 못 해 미안해

지은, 너도 그냥 껴줄게 민석, 뭐하고 지내 나주배, 어떤 분류에도 넣기 민망해 지영 미랑 자매,

딴반이지만 어쨌든 이웃사촌 정인, 공부 열심히 해 윤회, 복무 열심히 해 만돌, 너도 준석.


학익고. 연락 좀 해 영완 홍기, 보고시푸 심오빠, 한심 트리오 빽기 지댕 에로 너희들같은 걸 받아

준 군대가 한심하다.


내년에도 가끔 놀아줘 민아 이보.


넌 좋은 선생님이 될거야 양선생.


이렇게 만나 반가와요 유미상.



그리고 언제나 내 Thanx to의 마지막. 그냥 거기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와 I.N.K family. 정말로,

정말로 나 자신만큼이나 아끼는 타인들. 정말로. 우리 꼭 새해 복 많이 받자.


아이쿠 힘들어. 빠진 사람 문자 보내줘. 분명히 내가 까먹은 걸거야, 난 당신들 모두 사랑한다구!

좋아. 좋아. 난 말야 미워하려고 애써봐도 사람이 좋아 죽겠어. 위에 적은 한 사람 예외 없었다구.

우리 새해 복 많이 받자! 남의 복까지 다 빼앗아 처먹자구!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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