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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3

새벽의 시작

세번째 소설을 써 보려고 합니다. 스무살 이전에도 틈틈이 써 보았던 것들은 몇 가지 있지만 어디

까지나 흥미성 기획들로 끝을 본 것이 없기에, 제대로(이 제대로라는 말도 조금은 부끄럽습니다만...)

결말을 지은 것만 '쓴' 것으로 세기로 한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이 세번째.



어느 시인이 시를 쓰는 것은 '천형'이라는 표현을 하였는데, 물론 시라는 것이 시인의 피를 먹고 자

란다는 말은 저도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정도의 차이를 잠시 제쳐두면 이것은 글을 쓰는 모든 사람

에게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행여 즐거운 글이라도 그 글을 즐겁게 쓴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제 경우 첫 소설은 즐겁게 썼습니다만, '모든 소설가의 첫번째 소설은 자서전

이다.'라는 말도 있듯이 있었던 이야기에 살만 조금 붙이는 물건이었으니 그랬던 것이지요. 두번째

소설은 순수창작이었는데, 별 완성도도 없는 것이 아주 애먹였습니다.



내가 촌스러운 것일까 하고 그냥 남들에게는 말 안 하고 말았는데, 글은 역시 원고지에 써야 제

맛인 것 같습니다. (사실 전 원고지에 아직 길이 안 들어 귀찮으면 A4용지도 곧잘 씁니다만) 한 장

이 넘어갈 때의 그 막막함, 사방에 아무것도 안 보이는 광야에 내던져진 기분을 참아가며 한 편의

글, 한편의 소설, 한편의 극본을 완성한 사람에게는, 뭐랄까, '변태'라는 말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그 기분을 계속 참아가며 완성한 글이 아무래도 정이 더 가기에 또 원고지를 한

뭉치 책상에 쌓아 놓습니다.



소설이라는 것이 '써야지!'하고 생각한다고 해서 틱 써지는 것도 아니고. 일단은 라디오를 가져다

틀어 놓고 지인들에게 엽서를 쓸 예정입니다. 주소를 모르면 나중에 만나서 주지요.



요새는, 별밤지기가 누구입니까? 희경씨 바깥 양반까지는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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