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장/2003

산책

문학의 수많은 장르중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을 세개정도만 꼽으라 한다면 아마도 수필은

반드시 그 목록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수필은 그 소재를 취함에 있어서 사소함에

눈길을 주는 것이, 정말이지 여유롭고 멋진 삶의 기록인 것만 같아 항상 마음이 동한다.


산책을 했다. 좋아하는 친구와 동네를 휘 한바퀴 돌며 시시덕거리다가 금새 들어왔지만 그 별볼일

없음이 얼마나 편안했는지 모른다. 긴 글로 산책길을 묘사해도 좋겠지만, 이 세 줄이 나 개인에게 얼

마나 큰 의미를 갖는 것인지.


오늘은 일진이 영 안 좋았다. 대학와서 그대는 무엇을 배우고 행하였는고, 라고 누군가 물어오면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연극과 연애인데, 그 연극을 한다는 것이 정말이지 힘겹게 느껴지는

하루였던 것이다. 좋아서 하는 일이 해야만 하는 일로 바뀔 때의 고통이란 아시는 분들에게는 치떨

리도록 공감이 가는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단 20여분의 그 걸음들만으로 마음이 진정된 듯한 느낌이다. 내일도 또 이어질 날들의 생

각에 마음이 날아갈 듯 가볍지는 아니하지만 그래도 계속 걸어갈 수 있게 잠시나마 푸근히 휘어가는

것, 이것 참 멋져주는 삶의 추임새라고 생각한다.


별 내용 없지만, 오늘의 일기는 이것으로 끝. 개인적으로는 격정의 하루였다.

'일기장 > 2003'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아..  (2) 2003.02.21
03학번을 만나다.  (4) 2003.02.20
나는 나쁜 남자  (0) 2003.02.16
What the happiness is.  (0) 2003.02.15
블루스 비트  (0) 2003.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