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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0

사월의 마지막 날

며칠 전에 일어났던 일을 자세하고 길게 쓰다가, 다시 읽어 보며 괜한 말이나 나만 재미있는 말을

다 쳐내고 보니, '돈 찾으러 은행 갔다가 잔액이 부족해 돌아 나오는 길에, 재질이 튼튼하고 모양이

예뻐 언젠가 쓰려고 몇 개 바지 뒤춤에 꽂아 두었던 빈 봉투를 소매치기 당했다'로 줄일 수 있었다.

쓸 말만 남기고 나니 속이 다 후련했는데, 숨 돌리고 다시 읽어 보자 기억을 위해서든 재미를 위해서

든 일기에 굳이 쓸 것은 없는 문장이라 그마저도 지웠다. 요새 일기가 뜸한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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