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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4

독서산책 vol 1. <신별주부전>








발표하는 작품마다 특정 계층 사이에서 커다란 논란을 일으켜온 문제적 작가 최대호의 최신작.

70년대에 난쏘공이 있었다면 2000년대에는 신별주부전이 있다고도 어디선가 평가를 받아가지고 왔

다고 주장하는 이 소설에서 지은이는 재주는 있지만 태생적 한계를 지닌 소시민을 토끼로, 태어나면

서부터 모든 것이 주어져 있는 계급을 거북으로 비유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특히 물에 사

는 생물들을 '태생적으로 중력에서 보다 자유롭기 때문'에 착취층, 혹은 지배층으로 설정했다는 날카

로운 비유에서 지은이의 소시민적인 유년기를 쉬 상상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소설적 재미에서 조금

벗어나 본격적으로 작가의 사회의식을 전개해 나가는 이 작품을 대하며 그러나 최대호의 기존의

독자들은 겁먹을 필요는 없다. 작가 특유의 골계미와 특히 최대호 소설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 성에의 무한한 집착은 계속되기 때문. 특히 책의 거의 마지막 부분인 p245-p285 에서 삼

십쪽을 할애해 가며 묘사하고 있는, 토끼와 용왕이 간을 놓고 벌이는 한판의 운우지락 배틀은

과연 최대호를 이시대의 음탕시인이라 부르는데 한순간의 고민도 없게 한다.


피눈물을 흘리며 다시는 간을 잃지 않겠다고 이빨을 가는 토끼. 그 어떤 왕조시대보다 계급의 차이

가 더 커진 이 시대. 우리시대에 필요한 것은 체념에서 나오는 냉소적 야유와 그에 반응해서 계속되

는 허구적 이미지의 생산이 아니라 다시 한 번 성실과 노력이 아닐까. 아무튼 이번에도 소설을 읽

느라 꼬박 밤을 새우게 만든 문제적 작가 최대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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