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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7

다시 신설동에서

학교 앞에서 버스를 타면 홍기네 집 바로 앞에서 내린다. 버스의 온기가 몸에서 떠나기도 전에 쏙

들어오는 재미도 속살맞지만, 인천이나, 숭실대에서의 과외에서 오는 길엔 고대 앞에서 내리게 되어

약간 더 걷게 되는데, 천천히 걸어가며 신촌과는 다른 학교 앞 풍경을 구경하거나 그 안의 한 사람

이 되는 재미도 고졸하다. 오늘은 아주머니가 기계에서 갓 꺼낸 와플을 하나 사 물고 서점에 들어가

휘 돌아 보기도 하고 닭집 앞을 지나며 고대생들이 그 안에서 불러 제끼는 응원가를 조그맣게 따라

불러 보기도 했다. 과외가 끝난 것이 아홉시 이십분, 이곳에 도착한 것은 열시 오십분, 산책은 열한

시 십분에야 끝났다. 신촌에서든, 인천에서든, 이 시간에 돌아다니고 있었다면 나는 아마 초조해서

못 견뎠을 것이다. 장소가 바뀌었다는 것만으로도 생활에 대한 인식까지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익숙하

면서도 놀라운 사실이다. 결국 모든 일이란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뻔한 결말이지만, 선인이나 도인

이 아닌 이상에야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는 이따금씩 찾아드는 이러한 계기에 문득 깨어나는 것이,

아직은 더 즐겁달까. 신설동에서의 또 하룻밤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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