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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9

내일은 홈런왕

세미나가 끝나고 사람들과 찾은 타격 연습장에서, 날아오는 50 개의 공 중 딱 하나, 발을 내딛고 허리

를 돌리고 왼팔은 원을 그리며 휘두르고 오른팔은 받치다가 중간에서 떨어지고 공을 배트 끝에서 흩

뿌리는 순간까지,


붕,


하고 한번에 연결되는 순간이 있었다. 발끝부터 배트와 궤적, 그리고 날아가는 공까지 하나의 선으로

이어진 느낌. 1루와 2루 사이 클린 히트. 유격수도 못 잡는 코스.


얼마나 연습을 안 해 봤으면, 50 개 쳤다고 왼손의 배트를 잡는 부분이 전부 까졌다. 덕분에 별렀던

입력 작업도 다음 주로 넘어가게 생겼고, 몇 달 전 공을 잡다 중지의 손톱이 빠진 오른손에 왼손까지

이 꼴이 나 머리도 제대로 못 감게 되었지만, 몇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손끝의 그 느낌이 생생하다.


50 개 중 하나면 삼진이 이미 열여섯 번. 그래도 나는 여기부터 시작한다. 들킬까 두려워 숨기고 살았

던 삼미의 피가 붕, 하고 솟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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