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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6

난치기

한동안 20세기 미술의 스케치를 겉돌다가 달마도를 거쳐 난을 치고 있는 도중 우연히 읽게 된 잡지

에서 가슴뜨끔한 글을 보게 된다.



...난잎을 그릴 때, 과욕을 부려 마냥 길게 끄는 사람이 있다. 기교를 자랑하는 난잎은 교태와 아양으

로 떨어지기 십상이다. 성악으로 치면 그것은 귀에 거슬리는 비브리토이다. 끊어질 듯 이어질 듯,

완급이 조절된 소리가 애장을 녹이는 법이다. 난잎도 마찬가지다. 더 나아가고 싶은 붓을 어디서

멈추느냐에 따라 난의 품격이 달라진다. 붓의 진퇴가 교묘히 통제된 난 그림, 거기에는 애드립이

없고, 아니리가 없다...



듣기로, 오른쪽으로 꺾인 난을 순順이라 하고 왼족으로 꺾인 난을 역逆이라 한다 했다. 그러나 난의

가장 큰 붓으로 꼽는 추사의 그림은 도무지 법칙으로 해석할 수 없다. 좀 더 유연한 한 호흡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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