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장/2005

구월이 간다

이제 닷새 남은 구월. 내년 이맘때쯤에 나는 제대 바로 전날까지의 구박 십일 휴가를 나가게 되므로

정말이지 일년 남은 셈이다. 내일부터는 말로만 듣던 '최상경님, 제대 삼백 육십 오일 남으셨습니다!'

를 해 줄 후임이 한꺼번에 아홉명 생긴다. 그렇다. 팔월 중순부터 온다만다 말도 많았던 그 후임이다.


오늘 나는 교통의경 대기소에 있는 TV를 부숴 먹었다. TV를 올려 놓는 장같은 것이 이전에는 든든

했는데 지지대가 부러진 것인지 흔들흔들하는 것을 모르고 일어나기 위해 잡았다가 몽땅 넘어가

버린 것이다. 발가락을 되게 찧었지만 TV가 고장이 나 전원조차 들어오지 않는 탓에 민망해서 티도

못 내고, 근무중에는 민간인이 차를 세우고선 근무 똑바로 서라고 일장연설을 하지 않나.(백프로

주취자였다. 술 먹고 주정 부리고 싶으면 진짜 경찰한테 하라고, 의경 말고. 사무실로 끌고 가 음주

운전으로 즉심 넘기려다 꾹 참았지.) 영 좋지 않은 하루였다.


이렇게까지 가을같지 않은 가을이라니, 하긴 매해 행복한 중에도 혼자 절절하게 가슴 아파하던 것을

떠올려 보면 잘됐다 싶으면서도, 그 아릿함이 그리운 것이다. 얼른 제대해야지, 정말 더러워서 못 해

먹겠다.


구월이 가는구나. 얼른얼른 가라. 과연 내년 구월이 올까 모르겠다.

'일기장 > 2005'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작, 삼년?  (8) 2005.10.07
근황  (2) 2005.10.04
부대로 복귀하기 바로 전에.  (1) 2005.09.22
추석특박  (2) 2005.09.20
감사합니다, 친절한 인천경찰 교통계 일경 최대호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9) 2005.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