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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3

고전의 향기 -춘향전





..."그런 잡담은 마시오."

"그것 잡담이 아니로다. 춘향아, 우리 둘이 업음질이나 하여 보자."

"애고 참 잡성스러워라. 업음질을 어떻게 하오?"

업음질을 여러 번 한 듯이 말하더라.

"업음질은 천하 쉬운 것. 너와 나와 활짝 벗고 업고 놀고 안고도 놀면 그게 업음질이 아니냐?"

"애고, 나는 부끄러워 못 벗겠소."

"에라 요 계집아이야, 안 될 말이로다. 내 먼저 벗으마."

버선, 대님, 허리띠, 바지, 저고리 활짝 벗어 한편 구석에 밀쳐 놓고 우뚝 서니 춘향이 그 거동을

보고 방긋 웃고 돌아서며 하는 말이,

"영락없는 낮도깨비 같소."

"오냐 네 말 좋다. 천지만물이 짝 없는 게 없느니라. 두 도깨비 놀아 보자."

"그러면 불이나 끄고 노사이다."

"불이 없으면 무슨 재미 있겠느냐? 어서 벗어라. 어서 벗어라."

"애고, 나는 싫소."

도련님 춘향 옷을 벗기려 할 때 넘놀면서 어른다. 만첩청산 늙은 범이 살찐 암캐를 물어다 놓고

이가 없어 먹지는 못 하고 흐르릉 흐르릉 아웅 어루는 듯, 북해의 흑룡이 여의주를 입에다 물고

색구름 사이에서 넘노는 듯, 단산의 봉황이 대 열매를 물고 벽오동 속으로 넘나드는 듯, 구고

청학이 난초를 물고서 오송간에 넘노는 듯, 춘향의 가는 허리를 후리쳐 담쑥 안고 기지개 아드득

떨며 귀와 뺨도 쪽쪽 빨고 입술도 쪽쪽 빨면서 주홍같은 혀를 물고 오색 단청 순금장 안의

날아가고 날아오는 비둘기같이 꾹꿍 꾹꿍 으흥거려 뒤로 돌려 담쑥 안고 젖을 쥐고 발발 떨며

저고리, 치마, 바지, 속곳까지 벗겨 놓으니, 춘향이 부끄러워 한편으로 잡치고 앉았을 때, 도련님

답답하여 가만히 살펴보니 얼굴이 복찜하여 구슬땀이 송실송실 맺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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