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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6

게으른 세시의 김진삽입니다 #3

김 : 이제 아그라는 끝난 건가요?

최 : 네. 아주 질려 버렸거든요.

김 : 아그라 성 얘기 좀 해 주시죠.

최 : 아그라 성은 17세기에 인도 북부를 호령했던 무굴 제국의 황제가 집정하던 곳이예요. 특히 강력

      한 무력을 자랑하던 샤 자한이 유명하지요. 왕비인 타즈가 죽자 그녀를 위해 만든 것이 타즈 마

      할입니다. 아그라 성에서는 그 타즈 마할이 아주 잘 보이지요.

김 : 그 샤 자한이 아들에 의해 갇혀 있었다는 것은 무슨 이야기인가요?

최 :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왕자의 난 같은 거예요. 완벽한 중앙집권 국가가 아닌 이상, 지방 호족들

      과의 혼인책은 피할 수 없는 정책이고, 거기에서 수많은 왕자들이 태어나면 필연적으로 후사를

      정할 때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요. 결국 왕으로 봉책되지 못 한 한 왕자가 반란을 일으키고,

      아그라 성을 일종의 감옥으로 개조한 뒤 아버지인 샤 자한을 가둬 버린 거예요. 대제국을 호령

      하던 곳에 갇혀 지척에 보이는 타즈 마할에조차 가지 못 하는 신세로 지내다가 결국 죽은 거죠.

김 : 슬픈 이야기로군요.

최 : 역사적인 일 자체는 우리나라에도 얼마든지 있는 사례이지만, 아그라 성 내의 무삼만 버즈라는

      테라스에 서면, 타즈 마할이 한 눈에 들어와요. 왕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고, 한 남자가

      너무나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 보내고 슬퍼하는 그 마음이, 어쩐지 전해 오는 것 같아서.

김 : 그렇군요. 그 유명한 타즈 마할은 어떻습니까?

최 : 타즈 마할. 할 이야기 많지요. 일단 입장료. 인도인의 타즈 마할 입장료는 Rs20이예요. 오백원이

      채 안 되지요. 하지만 외국인의 입장료는 Rs750이예요. 한국돈으로 하면 사실 이만원이 안

      되는 돈이지만, 어째서 인도인과 그렇게 차이가 나야 하는지. 명목을 보면 타즈 마할은 세계유

      산이기 때문에 세계인 모두에게 보호할 의무가 있고, 그 요금의 대부분이 유지보수비로 쓰이고

      있다고 하는데, 아니 그렇다면 인도인은 의무가 없다는 말인가요?

김 : 일단 불만이 쌓인 채로 들어갈 수 밖에 없겠네요. 그렇지만 돈을 많이 낸만큼 뭔가 특별한 서비

      스는 있겠지요?

최 : 전혀 없어요. 줄도 현지인들과 똑같이 길게 서야 하고, 수색대에서는 혹시 타즈 마할의 돌을 떼

      어 가지나 않을까 도둑 취급 받아가며 가방의 모든 물건을 탈탈 털어야 합니다.

김 : 타즈 마할 자체는 어떤가요?

최 : 규모는 크지만, 글쎄. 저 말고도 대부분의 인도 여행자들이 타즈 마할에 대해 감동을 받았다든

      지 하는 이야기는 듣지 못 했어요. 워낙 기대치가 높기도 하고.

김 : 네, 더 듣고 싶지만, 저희 게으른 세시 청취자 분들은 한번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으시면 짜증

      을 내시니까요. 이 이상의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부탁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최 : 네, 다음에 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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