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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7

개학을 앞두고

고등학교 친구, 회사인 미랑양, 대학교 후배들로부터 레고 선물 폭탄을 단 하루만에 미친듯이 얻어

맞았던 충격도 지나가고 (아마 생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겠지.), 어느덧 개학이 코앞으로 다

가왔다. 15학점만 들으면 졸업인데다 사실 대학원에 진학할 것이면 지난 학기까지의 성적만이 포함

되기 때문에 그리 부담이 없는 학기였음에도 국문과의 수강편람때문에 모두 1교시나 2교시에 하루

일정을 시작해야 하는 시간표가 되어버렸다. 생각해 보면 학점에 대한 부담 없이 전혀 다른 전공의

대학수업을 들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수강변경 기간에 과감한 시도를 해 볼까도 생각

중이다.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하자면 휴학하고 책이나 좀 흡족하게 읽어 보거나 아프리카나 남미로

날아 가거나 백보 양보하여도 학부 수업은 그만 듣고 대학원 과정을 일찍 밟았으면 했다.)


오랜만에 들어온 수입인 과외비는 교통비와 전화비를 지불하고 몇차례의 술자리를 가졌더니 모두

새어 나가 버리고 말았다. 덕분에 이맘때쯤에는 신촌에 둥지를 틀고 학교 도서관에서 책이나 읽고

있으려 했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주 4파인 이번 학기의 시간표에서, 월요일과 수요일은 점심

시간쯤에 모든 수업이 끝나는 것에 비해 화요일과 목요일은 모두 오후 다섯시까지 수업이 있는데,

과외를 하는 두 아이 모두 월수금에는 방과후부터 밤까지 학원이 잡혀 있는지라 화 목 아니면 곤란

하다고 한다. 수업이 끝나고, 신촌에서든 인천에서든 가깝지 않은 거리에 있는 두 과외까지 하고 나

면 도저히 인천에 도착할 방법이 없기에, 아마도 확실히 방을 잡을 예정인 추석 이전까지는 다시

신촌의 덕산 목욕탕 신세를 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무리 수면 시설이 잘 되어 있어도 공공

시설인지라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는 것은 엄두가 안 나기도 하고, 다른 곳도 아닌 신촌에서 잘 곳이

없어 목욕탕에 몸을 뉘이는 신세가 격세지감을 느끼게도 하지만 밤의 남성전용 목욕탕이라는 것은

의외로 재미가 있다. 나처럼 방을 잡을 처지가 못 되는 복학생들을 만나기도 하고, 왁자지껄 시끄러

운 해병대 녀석들끼리 싸우는 것을 구경하기도 하고, TV앞에 오래 죽치고 앉아 있으면 신촌 지역의

각종 삐끼들과 정치에 관해 새벽까지 대토론회를 벌이기도 한다. (삐끼들이 대부분 한나라당 지지

자라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아무튼, 되는대로 자고 책읽고 놀고 생각하고, 그렇게 두달을 헐렁헐렁 보내고, 이제 개학. 학부의

마지막 학기. 썩 만만해 보이지 않는 마지막 학기. 스물일곱의 한장이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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