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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8

가을을 탄다

몇 년 만에 가장 큰, 가을의 파도의 한가운데에 있다. 파도를 타고 있다지만, 사실은 발을 첨벙첨벙

거리며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하는 것이 좋겠다. 아무 것도 아닌 안개를 보고 한참이나 서 있는가 하

면, 내 짐으로 도배를 해 놓은 연구실에서조차 집도 절도 없는 사람처럼 내가 고향에서 이렇게 멀

리 나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고 멍해지기도 한다. 그 기분은 입학하고 서울 사람이 되기

위해 좌충우돌하던 2001년의 3월 이후로는 좀처럼 느껴보지 못 했던 것이다. 오랜만에 촌놈이 되었

다가 아니라, 어떤 감정이든 그 정도의 깊이로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책상의 한 구석에는 밤을 새

울 때 혹여나 글을 쓰게 되면 폼내며 피워 보려고 가져다 놓은 촛불이 서 있는데, 지금 불을 붙였다

가는 도무지 마음이 어디로 가버릴지 알 수 없다.


두 달 후면 서른의 한 살 전인데, 아직도 사춘기라니. 마음 속 소년은 더 커진 여드름만 덕지덕지 달

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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