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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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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박삼일로 잡고 떠난 삼척여행이었지만 첫날에는 늦은 오후에 동서울에서 출발한지라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깜깜해져 있었다. 얼른 숙소를 잡아 놓은 뒤 동네에서 빌려간 비디오를 보았다. 애초

생각은 '봄날은 간다' 비디오를 빌려 한 번 보고 그 촬영지에 가면 더 감흥이 있을 것 같아 비디오

가게에 간 것이었는데 마침 하나 있는 그 비디오가 대여된터라 에라 모르겠다 하고 '살인의 추억'

과 '니모를 찾아서'를 빌렸다. '살인의 추억'은 역시 좋았고, 볼까 말까 고민했던 '니모를 찾아서'

는 픽사 스튜디오에 대한 나의 무한한 존경심을 한층 더 높여 주었다. 아무튼 비디오를 두편이나 본

뒤라 취침시간은 늦은 새벽, 일어났을 때에는 이미 정오였다.


미리 알아간 정보에 의하면 삼척 내 관광지들에 통행하는 버스는 대개 한시간 간격. 그나마도 이른

오후까지만 운행하는 곳이 대부분이라 시간을 잘못 맞췄다가는 낭패겠다 싶어 부랴부랴 짐을 꾸려

버스정류장을 찾았다. 시내가 그리 넓지 않긴 했지만 그래도 그 안의 여러 정류장들 중 환선굴 행

버스가 다니는 정류장을 찾기란 순전히 운에 달려 있는 것이었는데 의외로 쉽게 찾아서 한숨 돌렸다.


삼척은 석회암동굴이 많은 도시이다. 고등학교 때에 배워서 알고들 계시겠지만 석회암 동굴이란

석회암 지반이 빗물에 용식되어 형성된 동굴을 말한다. 어릴 때라면 학교 수련회같은 데에서나 갈

법한 곳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여행을 수차례 다니며 그런 곳을 즐기는 눈이 생겨 이번에도 기대가

컸다. 버스는 주욱 뻗어 있는 철길 옆을 한시간동안 달렸다.


그래서 도착한 곳이 사진에 보이는 환선굴 매표소 입구. 근처에 있는 식당이름이 '이주일식당'이라

어이없어하며 매표소까지 간 것은 좋았는데.


아뿔싸.


환선굴은 매표소를 통과하면 바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던 것이다. 산중턱에야 그 입구가 있어

서, 매표소로부터는 한참이나 등산을 해야 하는 것.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나는 몸 움직이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굼벵이이다. 하물며 등산이라니. 2002년 여름에 설악산 등산을 마친 이후로

향후 십년동안은 산쪽에다 오줌도 안 누겠다 맹세했던 것이 이년만에 툭 깨져 버렸다. 등산을 해

보신 분들은 아시리라. 산에서의 오백미터는 가히 평지에서의 삼사키로라 할만하다. 에이, 속았다.


씩씩거리며 겨우겨우 올라간 환선굴. 그 입구에는 幻仙窟이라는 커다란 한자가 피아노실로 공중에

매달려 있어 한순간 눈을 믿지 못 하기도 하였다. 과연, 중이 들어갔다가 신선이 되었다는 환선굴.

입구부터 남다르다. 나는 두근두근하며 표를 내고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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