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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3

<진삼국무쌍>을 말한다 - 박세로






<진삼국무쌍>이란 플레이스테이션 투를 플랫폼으로 하여 시뮬레이션 게임의 명가 고에이가 야심차

게 놓은 액션 게임입니다. 삼국지의 무장들이 그대로 등장하여 일기당천의 무예를 보여주는 모습에

소비자는 열광하였고 현재 시리즈의 세번째인 <진-삼국무쌍 3>가 또 한번의 밀리언셀러 신화를

기록중입니다. 이 타이틀에 대한 비평을 후배 박세로군에게 남의 일기 형식으로 부탁하였고 그에

대한 답이 프리챌 메일로 왔기에 여기에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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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대리 체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현실에서 할 수 있는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게임

은 사람들에게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를 체험해 볼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리

고 그 새로운 세계가 현실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것들, 또는 현실에서 있는 것들을 매우 과장하여

전달할 때 사람들은 그 세계에 몰입하며, 그 세계 안에서 열광합니다.


게임의 대리 체험은 크게 두 방향에서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현실과 똑 같이 재현해 주어서 말 그대로 현실의 대리 체험을 시켜주는 것입니다. 이는 하드웨어의

발전과 입력 디바이스의 발전에 힘입어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유명한 레이싱 게임인 그란투

리스모 시리즈는 현실보다 더 현실처럼을 모토로 만들어진 게임이죠. 그란투리스모 시리즈에서는

실제하는 서킷과 실제하는 자동차를 제공하며 최신작에서는 그것에 더해 실제와 똑 같은 랩타임이

게임 속에서 가능할 것이라 공언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더해 실제와 똑 같은 핸들까지 제공한다고 하

니… 그야말로 현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죠.


나머지 두 번째의 방향은 현실에서 체험 불가능한 일을 대리 체험 시켜주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롤플

레잉 게임과 어드벤쳐 게임은 이러한 방향을 바탕으로 만들어 지고 있습니다. 또한 장르특성상 폭력

이 수반 될 수 밖에 없는 액션 게임도 이에 포함됩니다. 대표적인 것들로는 파이널 판타지나 마리

오, 록맨 등을 꼽을 수 있죠, 하지만 이와 같은 특성을 지니는 게임들은 단순히 가상세계의 체험에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가상세계를 제시 해 주며 그 안에서 현실에 있는 것들인 폭력, 사랑 등을 얼

마만큼 효과적이고 훌륭하게 표현해 주는가. 이것이 관건이 됩니다.


진 삼국무쌍은 액션 게임이니만큼 두 번째 방향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실에서 할 수 없는

일의 대리 체험 기회를 제공하죠. 독특한 점은 진 삼국무쌍이 대부분의 액션 게임이 가지고 있는 고

질적인 문제 -세계를 만들거나 폭력에 대한 디스플레이적인 추구를 지나치게 중시한 나머지 무엇을

대리 체험 시켜 줄 것인가 라는- 를 훌륭히 해결했다는 것이죠. 그렇습니다. 진 삼국무쌍이 대리 체

험 시켜 주는 것. 그것은 영웅입니다.


사실 어떤 사람이든 영웅이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남보다 우월한 위치에 서서 남들이

우러러 보는 영웅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영웅이 되어서 남들에게 도움

을 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죠. 영웅이 되고 싶은 이유는 제각각 이겠지만 어쨌든

사람들은 영웅이 되고 싶어합니다. 아니면 적어도 영웅을 보고 싶어합니다.


또한 사회는 이를 조장합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들어온 수많은 영웅의 이야기들은 은연중에 영

웅에 대한 동경심과 영웅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우리에게 불어 넣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를 무참

히 짓밟아 놓습니다. 현실에서 영웅이 될 수 없다는 것, 나아가 영웅은 존재하지 않을 지도 모른다

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 안에서는 영웅의 대리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단순히 삼국지 속의 영웅이

되어 적장들을 찌르고 베고 물리치기만 하면 됩니다. 한참을 그러고 있다 보면 어느새 클리어 화면

이 나오며 플레이어 덕분에 삼분된 천하가 하나로 통일 되게 되죠. 플레이어는 어느새 영웅이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사람들이 진 삼국무쌍에 열광하는 이유이지요.


이러한 영웅으로의 몰입감을 제공하기 위해서 진 삼국무쌍은 치밀한 트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

실 이러한 것들은 파헤치지 않는 편이 더 재미있게 게임을 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만…

게임을 한다고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알기 위해서도 이를 알아 보는 일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게임 안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는 이야기인 삼국지 자체가 영웅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영웅

을 대리 체험 시켜 주기 위해서 플레이어가 알고 있는 유명한 영웅 이야기를 선택하는 것은 필연적

이었을 것입니다. 플레이어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영웅을 다루어서 또 다른 영웅을 무찔러 가게 됩니

다. 그 사이사이에 등장하는 우리가 익히 아는 사건 –예를 들면 장비가 장판교 다리를 막아서고 조

조의 대군을 막아 냈다던지 하는- 들은 플레이어를 더욱 영웅의 세계에 빠져들게 합니다.


또한 잡병들이 한방에 나가떨어지는 모습은 자신이 영웅이라는 생각을 더욱 강하게 상기시킵니다.

그야말로 일기당천! 쉴새 없이 등장하는 조무래기들과 쉴새 없이 그들을 나가 떨어뜨리는 모습은 영

웅 그 자체의 모습입니다. 사실 이와 관련해서 진 삼국무쌍은 단순한 버튼 노가다 게임이라는 부정

적인 비평도 많이 듣습니다. 다른 생각을 할 시간을 안 주며 계속적으로 등장하는 잡병과 그것을 물

리치는 반복적이고 제한적인 카타르시스… 영웅의 대리 체험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까요?


여기에서 더욱 나아가 영웅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영웅의 고난도 등장하게 됩니다. 전 시리즈에 걸쳐

서 공포적인 존재로 등장하는 여포는 제쳐놓고 서라도 플레이어는 여러 가지 고난에 부딪히게 됩니

다. 갑작스런 적의 복병 출현, 계략과 음모… 이러한 것들을 플레이어는 헤쳐나가며 자신이 영웅이

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됩니다. 물론 여기에는 트릭이 하나 더 숨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고

난을 쉽게 헤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이죠. 이것은 영웅이기에 당연시 됩니다. 하지만 현실의 고난을 그

렇게 쉽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요. 현실과 게임의 이러한 차이는 게임에서의 쾌감을 더욱 증폭시켜

주며 영웅이라는 것에 대한 몰입감을 증대 시켜 줍니다. 하지만 현실과 게임과의 괴리는 점점 켜져

만 가지요…


이런 것들을 모두 생각하고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게임의 제작자 밖에 없겠죠. 진 삼국무쌍의 최대

장점은 위에 이야기한 것들을 이용해 플레이어를 게임에 최대한 몰입시켜 게임을 하고 있는 동안에

플레이어가 영웅이 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것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일기당천의 영웅이 될 수 있다

는 것은 분명히 매력적인 일입니다. 영웅은 설령 고난이 있더라도 그것을 쉽게 이겨내며 그 과정에

서 게임은 현실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영웅만의 독특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니까요.


영웅이 되어라! 이걸 사서 넣고 틀어라! 그러면 너는 영웅이 되어 있을 것이다… 가끔씩 반복적인 노

가다에 매달리고 있는 자신이 한심해 질 때도 있습니다만 이미 그렇게 길들여져 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영웅이 되고 싶은걸요. 그래서 오늘도 시디 트레이에 게임을 넣고 틉니

다. 영웅이 되기 위해서.



-어릿광대




( 뱀다리 : 게임에 대하서 문외한이 보더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었지만 제 능력 상 실패

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_- 그리고 3에 대하여 국한하여 이야기를 쓰진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면 필

연적으로 2와의 비교가 들어가야 할 것인데 그러면 관심 없는 분들에게는 상당히 재미없는 글이 되

어 버리고 말겠죠. 3를 지금까지의 플레이로 위 관점에서 평하자면 영웅이 되기 위한 구체적인 설정

을 상당히 많이 잡아 주려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영웅이 되어야만 느낄 수 있는 카타르

시스의 일부를 희생한 것이 아쉽네요. 어차피 두고두고 할 게임. 언젠가 나중에 시간 나면 3에 대한

이야기도 할 기회가 있겠지요.)




연극 잘 봤어요^^

연극을 보기 전에 쓴 글인데 연극을 보고 난 후 썼더라면 또 다른 이야기가 튀어 나왔을 수도 있겠다

는 생각이 드네요. 멋진 공연 이었고요.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많은 이야기는 할 수 없겠지만

‘배우가 배역을 만드는가, 배역이 배우를 만드는가.’ 라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연출이라… 신 같은 거 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세계를 창조하신 기분이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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