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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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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했던 이야기이지만, 나의 봄 가운데 가장 혹독했던 것은 열일곱의 봄이었다. 그전까지 당연한

듯 누리고 있었던 것들에 대해 통째로 다시 나의 눈으로 걸러야 한다는 것이 무섭고 힘들었다.

그래서 열일곱때 정리했던 생각들 중에는 개똥철학이 많다. 일단 한 번 생각해 본 것은 확실하게 하

나의 문장, 혹은 하나의 단어로 정리해 두고 넘어가야 다음 것을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문제를 한번에 생각해 볼 수 있을 만한 정신적 여유의 용량이 부족한 탓이었겠지. 지금도

비슷하다.


여하튼 그러니만큼, 대부분의 말이나 비유들, 그 말이나 비유들 뒤의 본질 자체는 지속하여 공감하

는 바가 많다 하더라도, 표현 자체는 단정적이고 유치하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 늘어가는데,


사람에게는 '문'이 있다. 음식점과는 달리 사람의 문은 그 앞에 써진 그대로 팔지 않는다.


이것은 아직도 절절히 공감하고 있다.



똑똑.


그 안에는 뭐가 있나요.


들어가도 되나요.


...어, 저기, 다음에 들어갈게요. 아직 준비가 안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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