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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2

Oh, holy lord!





기어이 아이 앰 샘을 보고야 말았다. YMCA는 몇 방 정도 모자랐지만, 아이 앰 샘은 그야말로 한 방

이 아쉬운 영화였다. 세련되게 끝내고 싶었던 감독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무언가 큰 것이

끝부분에 한방 있었더라면. 너무 전개가 무리해져서 전체의 흐름을 망치는 것보다는 없는 것이 낫지

만 그래도 역시 아쉬운 건 아쉬운 거였다.


이사람 저사람한테 하도 얘기를 듣고 가서 (물론 눈물은 주루룩 흘렀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펑펑

울지는 않았다. 루시도, 뭐랄까, 세상에 그런 아이가 있을 수 없다라는 등의 극찬을 듣고 봐서 그런

지 예쁘고 귀엽고 껴안아 주고 싶은 건 느꼈지만 영화 관람후감을 쓰는 데에 오로지 루시얘기만 쓸

정도로 깊이 감흥을 받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숀 펜이다. 오로지 숀 펜이다. 배우로서의 그를 보기 전에 쓰레기같은 인간으로서 먼저 접했기에 그

다지 기대가 크지 않았고, 데드 맨 워킹에서의 그 재수없는 입술아래 수염이 생각나 불안하기도 했

지만, Oh, holy lord.  감히 평하고 싶지 않다. 요새의 내가 꼭 도전해 보고 싶은 역을 완벽히 연기해

낸 사람이 거기에 있었다. 연기론 책들을 몇권씩 읽어 가며 '이런걸 사람이 어떻게 하냐구!'라고 외

쳤던 부분들을 무리없이 소화해 내는 연기가 거기에 있었다.



인천이다. 오는 길 한시간 반, 빨리 집에 가서 샤워하며 거울보고 샘 연기하고 싶은 거 잘도 참았다.



이제 난 샤워실로 간다. (딱히 여성독자들을 유혹하거나 그런 의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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