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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4

Here I go it's my shot.






일단 수요일 아침부터 금요일의 저녁까지, 답없는 통신에 지친 모든 이들에게 미안. 노느라고 전화기

는 쳐다볼 생각도 못했습니다.


2박 3일동안, 경기도 여주로 신입생 수련회에 다녀왔습니다. 혹시나 혹시나 하면서 갔는데, 수련회로

가는 버스 안에서 최고학번이 되어 버려 한편으로 서글펐습니다. 정말입니다. 앞자리에 앉은 나은이

누나와 첫인사를 나눈 것도, 승규형이 타로카드를 가지고 와 이사람저사람 봐주던 것도, 영전이 형이

선혜에게 (응답없는) 대화를 시도하시던 것도 모두 기억이 나건만 어느새 나는 잡소리를 하더라도

모두가 경청하는 최고학번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이쿠. 물론 하는 짓은 언제나처럼 골목대장이었지

만 그래도 뱃놀이 몇 번에 허리가 삐그덕대는 데에는 도무지 슬퍼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신입생들은, 아무리 십이년간의 주입식교육을 갓 빠져나왔다 하더라도 가만히 살펴보고 있노라면

아주 특징있는 개성들이 생겨날 싹이 보입니다. 그대로 잘 키워나가면 친구도 넘어 형 누나로 모실

만한 재목들도 간혹 눈에 비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대단한 것은, 그 개성에 더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스무살이라는 플레이버. 외양이 잘났든 못났든, 말이 매끄럽든 거칠든, 이 스무살이라는 향이

더해져 그들은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덕분에 이번에도 영락없

이 목이 나가버렸습니다.


2학년이 된 이후로 계속해서 느껴온 것이지만, 반행사에 참여하면서 얻는 가장 커다란 관계는 기실

신입생과의 그것이 아니라 같은 선배들끼리의 사이에서 생겨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에도 예상

하지 못 했던 여러 만남들을 다시 발굴해 내어, 나의 마음이 크게 흐뭇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은

결국 이어진다는 것.


다른 해의 신입생 수련회에 비해 스스로 부족함이 많았다 생각하는 이번이었습니다. 그래도 3월이

있으니, 오, 나의 아름다운 3월이 있어, 이제 3월의 아름다움을 알고 있는 내가 있어 나는 기쁩니다.


세상에! 를 외치는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만, 녜, 난 3월에도 학교에 갑니다. 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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