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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6

9월 5일 -2 (D-21)

우리의 로체 순찰차는 어느새 페라리로 변신하여 대한민국의 저녁 일곱시 퇴근길에서 시속 80km의

속도로 사이렌을 울렸고 우리들은 마이애미 바이스가 되어 짙은 라이방 선글라스를 끼고 한손에

무전기를 든 채 담배에 불을 붙였다.


많지 않은 검거경험이지만, 음주운전자나 수배범은 순찰차가 따라 붙으면 본능적으로 도망을 친다.

발견하고 나서도 약 십여분간 추격은 계속 되었고, 순찰차가 옆에서 사이렌을 울리며 경고방송을

하는 모습을 보고 불안해진 탑승객들이 차를 세우라고 게세게 항의를 하고 나서야 운전자는 결국

버스를 갓길에 정차시켰다.


실례하겠습니다. 공항경찰대 수경 최대호입니다. 신고 내용이 있어서 잠시 음주측정하겠습니다.


여기서 잠시 생활상식을 공부해 보도록 하자. 개정 도로교통법 제 44조 음주운전 조항에 따르면,

음주측정을 하여 혈중알콜농도 0.05% 이상은 면허정지, 0.1%이상은 면허가 취소되며 향후 2년간

면허취득을 할 수 없다. 기백만원의 벌금은 기본이거니와 상기 사례에서와 같이 승객들을 실은 채로

그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내거나 혹 무면허 운전이었음이 판명된다면 보험에 기대거나 개인파산 정

도로 끝낼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한참이나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부는둥 마는둥 하여 측정된 그의 혈중 알콜 농도는, 확인되는 순간

그 자리에 서 있던 모든 경찰들의 얼굴을 순간 경직시키는, 0.5%였다. 면허 취소 수치의 다섯배가

나온 것이다. 더욱이, 0.5%는 음주 측정기의 측정 한도이기 때문에 실질 농도는 얼마인지 알 수도 없

었다. 교통계에 배치받기 전 경찰학교에서 배우길, 음주측정기의 한도가 0.5%인 이유는 일반인이

라면 그 이상의 농도에서 이미 자동차 차문을 열거나 열쇠구멍에 열쇠를 꽂는 등의 행위를 정상적으

로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배운 적이 있다. 교통계 근무가 15년이 넘었지만 0.5%는 처음 봤다고 고개

를 절레절레 흔드는 어떤 반장님을 옆으로 하고,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고 현행범 체포를 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그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괜히 음주단속 해서 집에 가는 버스 두 번 타게 만들었다

고 화를 냈다. 피 반 알콜 반인 채로 수십명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리다니 살인범이나 다름 없다고

운전사를 다그치던 우리는 승객들에게 사과하며 그들의 집으로 갈 버스를 각각 잡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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