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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6

8월 11일 (D-46)

오늘은 공항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화장실에 들렀다가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 평상복을 입고 있으면 그렇지 않지만 제복을 입고 있으면

길을 묻는 사람이 많다. 두명의 일본인이 '아노...'하며 말을 걸어 왔는데, 어머니로 보이는

일본인은 일본어 외에는 할 줄 몰라 나도 가만히 듣고만 있자 딸이 썩 괜찮은 영어로 말을 걸어

왔다. 일본인 가족으로 한국에 여행을 왔는데, 자신과 어머니는 JAL로 왔고, 동생들은 아시아나로

와서 출구가 달라 서로 찾지 못 하고 있다고 했다.

공항 이용법을 알려 주고 사람 찾는 방송을 접수할 수 있는 안내 카운터까지 함께 가 주었는데,

아가씨는 다음 번에 출국할 때에도 혹여 문제가 생길지 모르니 전화번호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

이렇게 써 놓으면 설마, 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실제로 외국인들 중에는 복잡한 인천공항 사용법 때문

에 그러한 요청을 해 오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낯설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사무실 번호를 적어 주고

이게 사무실 번호이니 이리로 전화해서 코리안 내셔널 폴리스 에이전트 초이를 찾으면 된다고 해

주었다. 어머니는 고개를 숙이며 아리가토 아리가토를 외고 걸어가 버렸는데 오사카 출신이라는 그

아가씨는 잠시 어머니가 떨어지길 기다렸다가 (객관적으로 봐도 야사시이한 말투로) 휴대폰이 있으

면 휴대폰 번호로 알려 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서서히 웃음이 식는 얼굴을 하며 눈을 데굴데굴거리다가,

"Sorry, I have a koibito. Have a nice trip."

이라고 국적불명의 말을 중얼거린 뒤 슬금슬금 도망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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