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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6

5월 24일

비오는 아침의 리사 오노는, 하루를 시작하기에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다.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

바쁘게 사무실을 정리하고 아침 문서들을 편찰하다가, 하아, 5분만 앉아서 노래 좀 들어볼까나,

하고 앉았던 것이 노래가 끝날 무렵엔 이대로 하루가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바랄 수

있는 것은 다음 노래가 듣기 짜증날 정도로 빠른 비트의 곡이어서 잠시의 만족을 털어 내고 다시

일을 시작하는 것 뿐. 불행히도 다음 곡은 전람회의 꿈속으로, 그 다음은 카니발의 벗, 이젠 더 이

상 안 돼 일어나야 해 하고 소리없이 외치며 제발 제발 빌었건만 롤러코스터의 끝이 나오는 바람에

정말로 끝나 버렸다. 될대로 되라지.


오후에는 주문했던 책이 도착했다. 학교 도서관이나 소유한 친구에게서 빌려 보곤 하며 언젠가 헌책

방에서 꼭 사 모아야지 다짐했던 역사스페셜이 큰 폭으로 할인하는 것을 발견하고는 기왕에 있던 것

외에 빈 부분을 주문해 두었던 것이다. 이외에 근래에 크게 관심을 두고 있는 아르누보에 관한 개괄

적인 책이 한 권, 아르누보의 거장 무하에 대한 책이 한 권, 언젠가 퍼즐로 해 보았던 뒤피에 대한

책 한 권, 그리고 프랑스 인상주의에 대한 책 한 권. 덕분에 5월은 이미 끝난 거나 마찬가지다.

벼르고 벼르던 팀 버튼의 '우울한 굴 소년의 죽음'은 별로였다. 지금은 무하의 그림들을 보고

있는 중이다.


내일과 모레가 부재자투표일이어서, 투표를 하러 가기 위해 주민등록증을 지급받았다. 오래 전에

반납했는데도 뒷면에 있는 독특한 생채기가 눈에 익었다. 이 사진을 찍은지도 벌써 몇년이냐...

하며 괜스리 또 리사 오노. 아무튼 여러분 다 같이 투표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