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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6

4일째. 오르차.

여기는 오르차라는 작은 마을입니다. 원래의 목적지였던 카주라호까지는 바로 가는 기차가 없어

기차로 다섯시간, 버스로 여섯시간이 걸리는 거리인데 아침일찍 아그라 역으로 나갔음에도 기

차가 연착되는 바람에 연쇄적으로 마지막 버스까지 놓치고 말았지요. 이 마을은 나와 같은 사정

을 가진 여행자가 우연히 뚫었다는 작은 관광지로, 아름다운 성들이 있지만 아직까지 개발붐이

불지 않아 지나가는 사람을 쳐다 보거나 붙잡지도 않고 거리도 조용합니다. 오늘 아침에 역에서

만난 대만 여성과도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인도에서는 청결과 조용함이 얼마나 큰 덕목인지.


덕분에 다소간 여유를 찾은 나는 마을을 좀 둘러 보고 옷을 몽땅 빨아 넣은 뒤 다소 가벼운

옷을 입고 바람을 쐬러 나왔습니다. 점심을 늦게, 그리고 거하게 먹은 탓에 별로 생각은 없지

만 밤에 배가 고프면 정말 대책 없기 때문에 저녁을 어떡할까 생각 중입니다.


이렇게 작은 마을에도, 고작 서너개뿐인 레스토랑에는 한국식 메뉴가 있고, 엄청나게 느린 모뎀

인터넷 컴퓨터에도 한글 폰트는 깔려 있습니다. 인도 여행 하기 힘들다는 말 정말 함부로 하면

안 되겠어요.


내일은 드디어 카주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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