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장/2005

4월의 셋째 주 마지막 날

시간은 잘 간다, 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지나갔을 때의 이야기이고, 한시간한시간이 지겨운 군생활

잘도 버티고 있는 최일경이다. 일주일만 있으면 오월. 공항을 찾는 아가씨들의 치마도 큰 폭으로 짧

아지는 요즘의 추세를 생각하면 칠월을 예측하며 웃음지을 법도 하지만 낙도 없고 지겨운 생활 탓에

얼굴은 언제나 묵묵부답. 고참들 사이에서는 최대호를 웃겨라라는 놀이가 성행하고 있다.


오월 중순에 외박이라지만, 3박 4일이야 지금까지처럼 또 눈깜빡할 새에 지나갈테니 기다려지면서

도 기다려지지 않는 묘한 상태. 사람 야릇하게 만드는 이 못해먹을 노릇을 형들과 먼저 전역한

친구들은 어떻게 버텼을까. 어떻긴 뭘 어때, 그냥 가만히 버티는 거지. 대책없고 짜증난다고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억압된 현실에서 하나하나 희망을 찾아내어 억지로 감사하는 것보다는 짜증낼 만한 여유가 있는

환경 속에 있는 게 더 좋지만, 그래도 다 때려 치우고 있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숨길 수

없구나.


자존심. 양심. 항상심. 군대에서 지키기 어려운 세가지 마음. 오늘도 세 마음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

으로 싸우는 최일경, 이만 돌아간다. 다들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