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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7

3월 1일

의식하지 못 한 채, 3월이 시작되었다.


공연이 다음주 월요일. 무악에 들어가서 작업을 해야 하는 일요일을 제하면 이제 이틀 남았다. 공연

을 앞두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은 매 번 있었지만, 이번만큼 절실했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이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 그로부터 수많은 인간관계가 촉발될 것이라는 것, 소소한 추억들

등을 떠올리며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하고 마음을 편하게 먹어 보지만 아무튼 한숨이 나온다.



미연 누나가 죽었다고 한다. 미연 누나는 언젠가 이 곳에도 적었던 완재 아저씨의 딸이다. 사고이든

자살이든 어린 아이를 남긴 서른 남짓의 나이이니 호상일리 없다. 새해 들어 연달아 있었던 부고 소

식에 '죽은 사람들도 있는데, 열심히 살아야지'라고 생각해 왔지만 이번만은 그렇게 여기기가 힘들

다. 이전의 사람들에 비해 미연 누나가 특별히 내게 중요한 사람도 아니니, 역시 나 스스로가 피로

해져 있는 것 같다. 공연이 끝나고 수강변경 기간을 이용해 며칠 요양하려 하지만 그것으로 채워질

것인가, 알 수 없다. 혼자 서 있다는 것이 이리도 많은 기력을 소모하는 일인지, 너무 오래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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