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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6

31일째 - 꼴까따

지금은 오후 한시 반. 저녁 여덟시 반 기차를 타고 바라나시로 돌아간다. 숙소에 짐을 맡겨 놓고 그간

눈에 익었던 곳들에 마실 다니는 중. 만나는 여행자들이 마음에 들어 하면 나눠 주곤 하던 탓에 한

때 다섯개나 되던 내 악기세트는 이제 두개로 줄었지만, 가장 최근에 꼴까따에서 산 인도식 피리가

아주 마음에 들어 빙빙 휘두르며 노래를 부르다 보면 시간은 잘도 간다. 노래는 주로 호텔 캘리포니

아. 한국에서 온 한 비구스님이 하도 듣고 싶다시길래 인터넷에서 가사를 받아 써서 연습했다.

술을 거나하게 마시고 불러 드리자 스님은 고맙다고 하셨지만, 천만입니다. 덕분에 저도 노래를 하

나 외웠군요.


덕분에 악기를 사고, 덕분에 춤을 배우고, 덕분에 즐길 줄 알게 되고. 수많은 덕분들, 그리고 나를

덕분으로 여길 누군가들.


마음은 열고 지갑은 닫아라. 이제 고작 4일 남은 인도여행이지만, 인도여행자의 마음가짐 1번을 나는

이제 거의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다고 여긴다.



장기투숙객들은, 더이상 인도를 누릴 수 없는 것은 안 됐지만 1주일만 있으면 삼겹살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나의 큰 복이라 여기고 부러워 한다. 이번 주 일요일날 돌아간다고 하면 그들의 인사는

대부분 삼겹살 먹겠네요, 닭갈비 먹겠네요,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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