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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6

30일째 - 꼴까따

애초에 90일 일정이었지만 한국에서 줄이고 인도에서 줄이고 하여 종래 35일로 된 내 여행, 그 30일

째이다. 이젠 수만 루피를 주머니에 넣은 사람도 남인도를 신나게 돌고 왔다는 사람도 모두 부럽지

않고 그저 여행을 갓 시작해 엄청난 시간을 가진 사람들만이 부러울 뿐.


슬슬 정리를 해도 좋을 무렵이건만 꼴까따에서 또 좋은 인연을 만나 나는 내일 다시 바라나시로 돌아

간다. 평생 다시 볼 수 있을까 생각하며 안녕을 고했던 바라나시의 친구들은 아마 깜짝 놀라겠지.


남은 시간과 이동시간을 종합해 볼 때 사실상 델리는 포기한 셈. 출국 몇시간 전쯤에나 도착해 여행

을 시작했던 공항으로 돌아가는 것이 전부일 것이다. 별로 보고 싶지도 않았지만 이렇게 스쳐 가니

다소 미안하기도 하다.


그 어떤 도시보다 시간이 빠른 바라나시에서 고작 이틀 정도밖에 쉴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오늘 여행

기를 뒤적이고 짐을 다시 싸며 마음의 정리를 시작할 셈이다. 빈 공간도 꽤 되었던 가방은 어느새 두

개가 되었다.


화요일인데, 다음 주 월요일이면 한국이라니. 난생 처음 외국을 가며 어처구니 없고 신기해 하던

여행 전야보다 더욱 요상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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