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遊記/2014 교토

15-1. 데라마치도리寺町通り

 

 

 

 

15일차 아침. 다다음날 아침에는 바로 출국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에 쇼핑을 좀 하기로 한다. 마침 우론자 근처에는 데라마치도리寺町通り라는 쇼핑 거리가 있다. 건들건들 걸어가는데, 앗, 길거리 광고판에 사토 고이치佐藤 浩市가.

 

 

 

 

 

 

 

 

일본 드라마는 거의 본 것이 없고 영화도 많이 보았다고는 못하지만. 연극부에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 일본의 미타니 코키三谷 幸喜이다.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나 <웃음의 대학>, <멋진 악몽> 등은 국내에도 개봉해서 꽤 괜찮은 평을 받은 바 있다. 이 감독은 특히 연이어 출연하기 어려운 특 A급의 주연배우들을 제하고는 함께 일하는 배우들을 계속해서 기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토 고이치는 그러한 '미타니 코키 사단'에서도 주연급의 배우이다. <매직 아워>에서는 실제로 주연을 맡기도 했다. 일본 배우를 일본에서 본 것이 무에 이상한 일일까마는 그래도 일본에서 보니 한층 더 반갑네. 

 

 

 

 

   

 

 

 

역시 서브컬쳐 천국 일본. 만화 <오! 나의 여신님>의 세 여신님의 등신상. 

 

 

 

 

 

 

 

 

여신님에 이끌려 들어간 팬시 숍에서는 이런 걸 또 판다. 위의 상품은 일본도 모양의 젓가락인데, 젓가락마다 전국 시대 무장의 이름과 그를 표현하는 디자인이 새겨져 있다.

 

 

 

 

 

 

 

 

왼쪽부터 사나다 유키무라真田 幸村, 다테 마사무네伊達 政宗,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 家康,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 秀吉. 조선인의 후손으로서 보자면 씁쓸한 이름들이지만 소설 <대망>의 독자로서 보자면 가슴 뛰는 이름들이기도 하다.

 

 

 

 

 

 

 

 

이건 전국시대 무장들의 투구를 열쇠고리 형식으로 제작한 것이다.

 

 

 

 

 

 

 

 

 

왼쪽은 오다 노부나가織田 信長, 오른쪽은 다케다 신겐武田 信玄. 젓가락은 보는 재미 정도였지만 이 투구 컬렉션은 사지 않으려고 정말 기를 썼다.

 

 

 

 

 

 

 

 

젓가락 1000엔, 투구 열쇠고리 600엔이 비싸다면 얘야 이리로 와봐. 다이묘 집안의 문장을 디자인화한 금박, 은박 스티커. 쪼들리는 예산 때문에 피눈물을 흘리며 그 앞에 서있었다.

 

 

 

 

 

 

 

 

'전국 대명가 사전', '무장열전', '전국 닌자열전', '레온 우지사토'. 앞서도 말했지만, 주머니 구석의 동전 부스러기까지 털어가는 데에는 확실히 우리나라보다 몇 갑절은 위이다.

 

 

 

 

 

 

 

 

기분 전환 삼아 다른 코너를 돌아보다가 깔깔대고 웃은 코너. 건담 매니아 김 박사의 추천으로 건담 만화를 한 차례 읽고 난 뒤라 알아볼 수 있었다. 초대 건담의 파일럿과 그 숙적 캐릭터의 디자인을 붙인 면도기. 숙적 캐릭터는 그렇다 치고 주인공은 소년이라 면도기를 쓰지도 않을텐데 무슨 상관이람, 하면서도, 무슨 상관이 없는게 무슨 상관이람, 재미있으면 사는 거지 하는 생각도 든다. 살 마음은 없었지만 만약 샀다면 빨간 것을 샀을 것이다. 세 배 잘 깎이는 빨간 면도기.

 

 

 

 

 

 

 

 

데라마치도리는 위가 타원형의 덮개로 덮여있는 아케이드이다. 분명히 도로와 바로 통하는 거리이면서도 실내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이 든다. 그 기묘한 느낌이 좋아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보면 재미난 물건이 눈에 띈다. 여러 명의 철학자들이 괜히 이 아케이드라는 공간을 설명 못해 안달났던 것이 아니구나 싶다.

 

 

 

 

 

 

 

 

고서점 창가에 나와 있는 다케히사 유메지의 목판화 표지. 왼쪽 그림은 다이쇼 15년(1926), 오른쪽 그림은 다이쇼 8-9년(1919-1920)의 작품이다.

 

 

 

 

 

 

 

 

교토 여행에서 못사온 물건 중 가장 안타까운 것인 복면 마스크. 머리에 '고기 육肉'자가 써진 진짜배기 추억 아이템도 있다.

 

 

 

 

 

 

 

 

커다란 기모노 가게도 있다. 대체로 남자 기모노보다는 여자 기모노가 비싼 편이었는데 그렇다고 무작정 고가품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꼼꼼하게 잘 들춰보면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쯤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남자 기모노는 하나쯤 사둘까 하는 마음이 있긴 했는데 화려하고 예쁜 여자 기모노를 보다가 칙칙한 색깔 일색의 남자 기모노를 보니 흥이 떨어졌다.

 

 

 

 

 

 

 

 

우리나라에도 '젊은이', '외국인' 등의 글씨가 크게 새겨진 티셔츠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일본에도 그런 유행이 있는 모양이다. 하나하나가 재미있어서 떠듬떠듬 읽으며 한참 쳐다봤다. '사랑의 전사', '일부다처', '지명수배',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오타쿠혼'...

 

 

 

 

 

 

 

 

가게의 입구. 앞서 말한 일본 서브컬쳐 팬 사촌형을 위해, 우리 말로는 '싸움짱'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번장番長' 티셔츠를 한 장 샀다. 좋아하는 문구와 색상을 고르면 즉석에서 다리미로 새겨주는 형식이었다.

 

 

 

 

 

 

 

 

기다리다 옆을 보니 요런 티셔츠가. 그것 참 귀여운 착각이구나.

 

 

 

 

 

 

 

 

마스크 만큼이나 못 사와서 애가 끊어지는 기념품, 일본도. 장도長刀는 몰라도 소도小刀라도 살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인도에 갔을 때에도 캄보디아에 갔을 때에도 전통 칼을 사가지고 들어오다 세관원에 걸려 진땀을 뺐던 경험이 있어 바라만 보았다. 실물이든 모조품이든 아무튼 13cm를 넘는 칼 모양은 안 된다고 단단히 교육을 받은 바 있었다. 제일 짧은 칼도 20cm는 넘기에 손가락만 쭉쭉.

 

 

 

 

  

 

 

 

아쉬움에 한 컷 더.

 

 

 

 

 

 

 

 

나를 위해서는 요런 것 샀다.

 

 

 

 

 

 

 

요것도 샀다. 여행 전부터 꼭 사리라 벼르던 일본식 탈. 이것과 함께 하이얀 얼굴의 가부키 여자 가면, 그리고 일본의 유명한 요괴인 텐구天狗 가면도 샀다.

 

 

 

 

'遊記 > 2014 교토' 카테고리의 다른 글

16-1. 후시미伏見 이나리稲荷 신사  (0) 2015.04.07
15-2. 고다이지高台寺  (0) 2015.04.07
14. 우론자  (0) 2015.04.07
11-13. <프로젝트 Y>  (0) 2015.04.06
10. 우지(宇治) 2일차  (2) 2015.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