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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6

14일째 - 바라나시

다른 곳에서의 모든 일정을 합친 만큼의 시간을 바라나시에서 보냈음에도 딱히 무엇을 했는지는 기

억이 나지 않는다. 그것이 아마도 바라나시의 매력일 것. 어느 나라에서의 어떤 성별의 어떤 연령대

이든, 비슷하게 멍-한 얼굴로 만들어 버린다. 나도 이 곳에 머문지 고작 1주일째이지만, 갓 도착한 여

행자와 장기 체류자들은 표정이 다르다. (워낙 의류와 가방 등이 싸기로 유명한 곳이라, 사실은

복장부터 다르다. 누구나 바라나시에 도착하자 마자 인도식 옷부터 사 입는 것이다. 나도 내 마음대

로 식 코디네이션에 의해 국적불명의 옷을 걸치고 팔랑팔랑 날아다니는 중)


한 한국 여행자로부터 박민규의 신작 '핑퐁'을 빌려 읽었다. 이역만리에서 읽는 박민규는 뭔가 특

별한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별로. 삼미만한게 없었던 것 같네.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눈에 들면 가방 하나, 조각상 하나, 감질맛 나게 모으고는 있는데, 다른 여행

자 분들이 모두 하시는 말씀이, 여기선 좋아 보여도 한국 돌아가서 막상 주려고 보면 촌스러워서

못 준다는 것이다. 어쩌지.


오늘은 정전이 길어 많은 일을 하지는 못 했다. 그래도 평화로운 하루. 이러다 공기 중에 녹아서 날

아가 버려도 나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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