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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08

1/22 귀주 씨의 생일

예비 삼성맨 허수 군의 여자친구분인 귀주 씨의 생일잔치에 참석하러 서울에 다녀왔다. 이화여대 수

학과 출신인 귀주 씨는 빠른 81년생으로 재수한 01학번인 우리보다는 두 학번이 위다. 연애를 시작한

지 꽤 지난 시점까지도 자신 또한 빠른 81년생이라 거짓말을 일삼던 허수는 나와 귀주씨와 함께

찾았던 이대 앞 베니건스에서 크라이슬러 당첨 이벤트 응모지에 멍-하니 생일을 적다가 81년 닭띠

임을 들켜버렸다. 어색한 분위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황황히 헤어지던 그것도 어느덧 5년 전의

이야기. 드디어 취업이 결정된 허수 커플은 이제 올 가을 결혼을 예정으로 하고 있다.


친구의 애인의 생일파티만 해도 드문 경험인데, 귀주 씨의 친구들까지 나온다고 해서 적잖이 긴장하

고 있던 터였다. 빠른 81이라지만 어쨌든 한 학년 위로 자라 온 귀주씨, 그러나 허수의 애인인 이상

어차피 나한테는 제수씨이니 어떻게든 친해져야 하겠지만 그 친구 분들은 그냥 누나이니까. 역시

예의 바르게 조용히 앉아있다 오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였다.


결국 귀주씨의 친구분들은 넷이 왔다. 개중에는 시집간 누나도 있었고. 참 동안들이시다, 라고 생각

하다가 이제 겨우 스물아홉인데 동안이고 말고가 어딨나, 하다가 스물아홉이면 많은 나이이지만

내가 그 나이 또래가 되었기 떄문에 그 정도의 얼굴들을 동안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등 무한 루프

의 질문에 빠져들어 있었다. 쉬엄쉬엄 먹어가며 이야기하며 하다 보니 시간은 열두시가 넘어, 부모님

이 진주로 내려가시고 혼자 살고 있다는 허수의 집에서 잤다.


아침 댓바람부터 일어나 만화 채널을 틀어대는 허수 때문에 원치 않게 일어났다. 그냥 내려오겠다는

나를 허수는 굳이 잡아 아침을 샀다. 지나치게 마신 맥주 탓에 쩍쩍한 입에 냉면 국물을 들이 부으

며 없는 돈을 짜내어 해장을 하던 2002년 강릉의 둘째날 아침을 이야기하였다. 그때 우리는 어찌

그리도 겁도 없고 돈도 없었는지. 이 시간에 이렇게 앉아 분식을 먹는 것도 아마 향후 몇년동안은

없을 일일 것이다, 라고 말하며 우리의 천둥벌거숭이 제 1기에 안녕을 고했다.


예정대로 된다면 올 가을, 친구 결혼식 첫 사회 데뷔. 성공적인 출발을 위해 ucc를 보면서 사회는

어떻게 보는 것인지 공부라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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