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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5

식물을 키우자

 

이사를 가면 꼭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식물을 키우는 일이었다.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이기도 하거니와 나는 가족력 중의 하나가 호흡기 쪽이기도 해서 가을에만 들어서도 목이 쉬 마르고 붓는다. 그래서 물을 넉넉히 대어두고 방 한 구석에 놓을 수 있는 수경식물에 항상 관심을 갖고 있었다. 방 정리가 대충 끝나는 것에 맞추어 식물을 좀 주문해 봤다.

 

 

 

 

 

 

먼저 작게 하나만 사 본 것은 행운목. 화분이 도착하지 않아 사이다 페트병의 밑을 잘라 햇빛에 두었다. 햇빛을 너무 오래 쐬어도 잎이 마르지만 너무 안 쐬어도 말라 죽는다 한다. 예뻐서 산 것이지 겨울철 가습의 주력으로 산 것은 아니다.

 

 

 

 

 

 

 

 

수경식물을 알아볼 때마다 늘 마음에 두었던 것은 이름도 예쁜 개운죽開運竹. 영어로도 Lucky Bamboo라고 한다. 햇빛을 거의 받지 않아도 쑥쑥 자라는, 고시원의 자취생이나 동향, 북향 건물 거주민들의 수퍼스타이다. 일단 머그컵에 담아두고.

 

 

 

 

 

 

 

 

재미난 것이 있길래 도전해봤다. 텅 빈 물병이나 아니면 자갈 채운 물병에 물 넉넉히 담아두고 꽃아만 놓으면 잘도 자라는 것이 개운죽이지만 보는 재미도 갖추면 좋을 것 같아 함께 사 봤다. 이것은 젤리 소일이라 한다.

 

 

 

 

 

 

 

 

고추씨만한 크기의 이 작은 알갱이가 물을 머금으면 약 100배까지 커진다 한다.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 문구점에서 이런 원리의 장난감을 사서 놀았던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반신반의하면서 물을 부어보기로 한다.

 

 

 

 

 

 

 

 

몇 시간 지나서 보니 진짜로 뭉글뭉글 커졌다.

 

 

 

 

 

 

 

어지간히 커졌다 싶을 때 물을 빼봤다. 젤리소일은 이렇게 물을 제거한 채로 수경식물을 꽂아만 놓으면 알아서 수분을 공급한다 한다. 젤리소일이 좀 작아졌다 싶으면 조금씩 물을 더 부어주면 된단다. 그 원리가 잘 이해되지 않기도 하고 원하던 만큼의 가습 기능이 안 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아무튼 더 불려보자.

 

 

 

 

 

 

 

 

하나만 꽂아놓고 보니 어쩐지 허전해서, 무척 싸게 팔고 있는 1.5 리터 들이 유리병을 세 개 더 샀다.

 

 

 

 

 

 

 

 

노란색과 투명한 색. 불려라 불려.

 

 

 

 

 

 

 

 

그 사이 행운목 용의 유리병이 도착하여 넣어주고, 중랑천서 흰 자갈 주워다 씻어서 밑에다 받쳐 주었다.

 

 

 

 

 

 

 

 

초록색과 노란색, 투명한 색을 섞어 네 개의 화분 완성. 의도했던 것은 브라질 국기 같은 강렬한 대비였는데 현실은 그냥 개구리알 더미 됐다. 그래도 개운죽이 예쁘니 놓아두고 보기로 한다.

 

 

 

 

 

 

 

 

멀리서 찍어보면 좀 나아보일까 싶었는데 다만 조잡해 보일 뿐이다.

 

 

 

 

 

 

 

 

퇴근길에 시장을 지나다 보니 꽃집이 있어, 염가에 팔고 있는 개운죽을 한 다발 더 샀다. 개운죽 매니아 된 기분이다.

 

 

 

 

 

 

 

다소간 듬성듬성했던 사이로 좀 더 꽂아넣고

 

 

 

 

 

 

 

 

 

파란색 젤리 소일을 불려 화장실의 변기 위에도 화분 하나 갖다두었다. 집을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한 자루씩 선물 삼아 증정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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