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장/2016

교통사고

 

 

 

유년기 이후 내 자전거를 스스로 사서 다시 탄 지는 3년 쯤이 되어 간다. 미숙한 운동 신경 탓에 아무 것도 없는데 넘어지거나 뜬금 없이 방향을 틀어 옆의 전봇대 등을 박는 것 따위를 제외하고 타인의 실수로 사고가 난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자동차는 골목에서 대로변으로 튀어나와 좌회전을 하려 했다. 나는 대로변 측의 인도에서 달려오다가 자동차의 지나치게 빠른 속도를 보고 급작스레 방향을 피하였으나 자동차는 그런 나를 보지도 않고 그대로 내 자전거의 뒤를 박고 6차선 도로 쪽으로 한참을 밀어부쳤다. 받히는 순간 차 쪽을 바라보니 운전자는 아래쪽을 보다가 접촉의 순간에야 고개를 들고 있었다. 내리면서도 아이구, 죄송합니다, 제가 전화가 와서, 등의 말을 하고 있었다. 자전거의 뒷바퀴와, 바퀴를 연결하는 차축이 휠 정도로 강한 접촉이어서 사고 직후에 보니 뒷바퀴는 전혀 굴러가지 않았다. 오랜만의 혹한으로 뉴스에까지 오른 날씨였지만 30kg에 달하는 차체를 들고 인근의 자전거 수리점까지 들고간 나는 머리에서 김이 났다.

 

수리점에 자전거를 맡기고 다시 업무를 시작한 지 몇 시간 후, 마침내 목과 골반, 그리고 발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자동차에 부딪힌 순간, 자전거와 함께 인도를 벗어나 대로 쪽으로 튕겨나가 쓰러지면 6차선에서 달려오는 차들에 끝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차에 치인 직후 깽깽발로 필사적으로 버텼는데 그때 근육과 뼈에 무리가 간 모양이었다.

 

사고 직후에는 아드레날린이 과다 분비되어 골절조차 눈치채지 못한다는 것은 의무경찰 교통계 재직 시절부터의 상식이다. 나는 사고날에는 멀쩡한 것 같다가 하루 뒤에 다시 경찰서를 찾아 통증을 호소하는 이들을 몇백 명이나 보았다. 하지만 솔직한 마음으로 그 중 반쯤은 보험사와 짜고 이 참에 공돈 좀 몇 푼 더 받으려 하는 시도라 생각했는데 막상 내가 당하고 보니 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는, 말 그대로의 상식이었다. 

 

오랫동안 고심해 오던 오토바이 구매 결정 장애에 마침내 큰 결단을 하나 내리려던 참 이런 사고가 나서 조금 의기소침해졌다. 구매는 금명 간에 - 다만 어떤 모델을 사느냐의 문제일 뿐, 까지 갔던 결단력이 세 걸음 쯤 후퇴하고 말았다. 워낙 운동신경이 후진 탓에 나만 잘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다가, 6차선 대로변을 앞두고도 앞조차 보지 않고 밀어부치는 운전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나니 불안한 마음이 커진 탓이다. 이 또한 하나의 계시인 것일까. 아무튼 내일은 태어나 처음으로 정형외과엘 간다.

 

 

 

 

'일기장 > 2016' 카테고리의 다른 글

160214, <방과후 수업> 제 3회 녹음  (0) 2016.02.16
같이 삽시다  (1) 2016.02.11
뜨개질하는 노인  (0) 2016.02.03
쇠귀 신영복 (1941-2016)  (0) 2016.01.16
1월 첫째주 근황  (2) 2016.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