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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5

인천을 떠났다

 

 

신촌으로부터의 이사를 마친 일주일 후, 인천 본가의 짐을 뺐다. 인천으로 가기 전 새 주소의 동사무소에 들러 전입신고를 했다. 월세를 전전했기 때문에 그간 내 주소는 쭉 본가로 되어있었다. 몸이야 십수 년째 서울에 와 있었지만 이젠 정말로 빼도박도 못하게 서울 시민이구나, 그래도 이젠 내가 뽑는 이가 시장 되겠네 하는 등의 생각이 들었다. 지역구 국회의원도 지지하지 않는 정당의 의원에서 지지하는 정당의 의원으로 바뀌었지만 적만큼도 못한 아군이라 씁쓸했던 것은 함정이다.

 

 

 

 

 

 

 

 

인천의 짐은 책 말고는 딱히 쌀 것이 없을 것이라 여겼는데 의외로 편지나 소품 등을 모아놓은 것이 잔뜩 되었다. 그 중에는 대학교 신입생 때 하고 다니던 귀걸이도 있어 땀 흘리는 와중의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 어지간히 튀고 싶으셨구만.

 

 

 

 

 

 

 

인천의 짐까지 올라와 이제 천지간의 내 짐은 다 이곳으로 모이게 됐다. 마지막 짐을 들여놓고 나서 그간 안 달았던 커텐봉도 혼자 기어올라가 달았다.

 

 

 

 

 

 

 

 

요 정도 받침대야 이젠 땀도 안 나고. 잠깐 딴 생각 하다가 보니 어머낫 완성이네.

 

 

 

 

 

 

 

 

이층침대의 사다리 밑에 있던 초록색 서랍을 오른쪽으로 옮기고 새로 짠 받침대 두 개를 왼쪽 자리에 넣었다. 이 받침대에는 프린터를 비롯해 게임기나 태블릿 등의 전기 기계를 넉넉한 공간을 두고 채워 넣었다. 새로 산 듀오백 의자까지 조립해서 놓고 나니 제법 책상 티가 난다.

 

 

 

 

 

 

 

 

책상의 오른쪽으로는 씽크대용의 선반을 걸어보았다. 책상에 굴러다니기 쉬운 화장품, 안경, 선글라스 등을 놓아 두었는데, 실용성 때문에 시도해 본 것이나 의외의 인테리어 효과가 있어 몇 개 더 달아볼까 싶다.

 

 

 

 

 

 

 

 

가구라고는 두 단 짜리 작은 책장 하나 들고온 살림이라 이번 이사에는 꽤 큰 돈이 들어갔다. 그래도 늦게 산 것 뿐이지 어차피 살 물건들이었기 때문에 생각이 날 때마다 주문하고 척척 계좌이체를 했는데, 유일하게 고민고민을 하다가 에잇 눈 감고 구입했던 물건. BOSE의 사운드 링크 미니 2 블루투스 스피커이다.

 

 

 

 

 

 

 

 

조금 큰 집으로 이사가면 조용한 음악이나 빗소리, 파도소리 등의 음원을 틀어놓고 쉬고 싶은 것이 오랜 꿈이었다. 그래도 이마트에서 사온 만오천 원짜리 노트북용 스피커를 쓰던 주제에 음악 꽤나 듣는 사람들도 대부분 인정해주는 이 스피커로 뛰어간 것은 정말 가랑이가 열 번은 찢어질 것 같은 격차였다. 용기와 자기합리화를 쥐어짜내어 주문한 터라 마음이 다소 무거웠는데, 주문을 한 날 휴대폰을 잃어버렸다가 멀쩡하게 다시 찾는 일이 있었다. 생돈 날아갈뻔 한 것이 굳었다고 생각하니 이 과소비의 결과도 기쁜 마음으로 택배받을 수 있었다.

 

가구를 사는 데서 시작해 스탠드나 수납장을 주문하던 날이 이어진 뒤 어제오늘은 락스와 솔을 주문하는 데까지 일상으로 내려왔다. 당장 사야하는 것은 생각나지 않았거나 생각나더라도 인근의 수퍼, 다이소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일 것이다. 짐을 다 정리하고 나면 한차례 큰 청소를 하고, 청소의 여운이 가시고 나면 동네의 운동 코스를 탐색하고 학원들을 찾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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