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遊記/2014 교토

11-13. <프로젝트 Y>

 

 

 

 

11일차. 이 날 아침 숙소를 '킹교야kingyoya'로 옮겼다. 킹교야는 다다미 방과 일본식 정원, 코타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멋진 숙소이다. 그런만큼 가격이 좀 세서, 삼일만 머물렀다. 위 사진은 여행객들이 모이는 거실에서 정원과 욕실, 화장실 쪽을 내다본 광경이다.  

 

 

 

 

 

 

 

 

교토에 가면 예약을 하자 결심 그 두번째. 위의 사진은 방이 아니라 이불과 짐을 놓는 '옆방'이다. 하지만 문을 닫으면 본방과 분리되어 위의 책상에서 책도 읽을 수 있다.

 

 

 

 

 

 

 

 

이것이 본방. 다다미가 여덟 장, 그러니까 팔첩방이다. 여행용 가방이나 이불의 크기와 비교하면 얼마나 넓은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방이 약 4000엔. 교토여행을 꿈꾸시는 분이라면 다시 한 번 조언드린다. 숙소부터 미리미리 예약하셔라.

 

팔첩방이니까 여기서 다다미 두 장이 빠지면 윤동주가 <쉽게 쓰여진 시>에서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린다고 했던 육첩방이 된다.

 

 

 

 

 

 

 

 

이 날부터 3일간은 이 블로그에 자주 출몰하는 '김신각' 군과 함께 기획했던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프로젝트는 윤동주의 흔적을 따라가며 영상물을 찍는 것이었다. 덕분에 영상자료는 풍부하게 남았지만 바쁜 일정 탓에 우리의 관광용 사진은 몇 장 못 찍었다. 그래서 한 기사에 한꺼번에 올린다.

 

 

 

 

 

 

 

 

전날 오사카에서의 과음과 촬영 첫날의 강행군으로 다소 지친 김 박사.

 

 

 

 

 

 

 

 

촬영 2일차. 도시샤 대학 뒤쪽의 상국사相國寺에서부터 촬영을 재개했다. 상국사는 크기가 전성기 때의 1/20로 줄어들었다는 지금에도 약 4만 평에 달하는 거대한 절이다. 그 안에 숲과 연못, 그리고 널찍널찍한 도로까지 갖추어진 하나의 '타운'에 가깝다. 윤동주보다 앞서 도시샤에 재학하고 있던 정지용은 후배들이 조선을 그리워하는 향수병에 빠지면 불러다가 상국사 경내를 함께 거닐며 이런저런 위로의 말을 건네는 한편 자신이 지은 시를 들려주곤 했다고 한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로 시작하는 그의 대표작 '향수' 또한 이 시기에 지어진 것이다.

 

 

 

 

 

 

 

다시 찾은 청수사淸水寺. 열의를 보이는 김 박사.

 

 

 

 

 

 

 

 

연극 동아리의 1년 후배인 김 박사는 일찌감치 연기보다는 무대와 조명 쪽에 흥미를 붙였다. 하지만 풍부한 표정과 제스쳐를 눈여겨 본 나는 연출을 맡을 때마다 그를 재미있는 역할에 기용하였다. 

 

 

  

 

 

 

 

 

기모노를 입고 청수사를 찾은 일본 여성들과. 갑작스레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는 것이 다소간 실례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이왕 기모노 입은 김에 여러 사진을 찍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는지 흔쾌히 찍어주고 자신들의 카메라로도 몇 장이나 더 찍어갔다.

 

 

 

 

 

 

 

 

사진을 찍고 가다가 돌아보니 카메라의 타이머를 맞춰두고 자신들끼리 꺅꺅 소리를 질러가며 더 찍고 있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한 차례 더 찍어봤다.

 

 

 

 

 

 

 

청수사 오미쿠지의 선배로서 김 박사도 한 번 뽑아보라고 강권했다.

 

 

 

 

 

 

 

 

강권의 결과는 흉凶. 머쓱해진 나는 내가 돈을 낼테니 한 번 더 뽑아보자고 졸랐다.

 

 

 

 

 

 

 

 

결과는 두번째 흉凶. 쓸데없이 설레발 쳐서 좋을 게 없다는 교훈만 얻었다. 한차례 더 돈을 내어 뽑게 했더니 그제서야 그나마 소길小吉이 나왔다. 소길小吉이 나온 것은 미안해서 사진으로 찍을 염치가 없었다.

 

 

 

 

 

 

 

 

내려가는 길의 산넨자카에서 다케히사 유메지 가게 발견. 그가 직접 머물렀던 곳이라 한다. 이 가게에서는 캔버스 뿐 아니라 부채와 엽서, 화일 등에 그의 그림을 인쇄하여 팔고 있다. 팬이라면 지갑에서 돈이 폭포수처럼 흘러나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도 몇 개나 샀다.

 

 

 

 

 

 

 

그리고 삼일차. 촬영만 하느라 여행을 즐기지 못한 김 박사를 위해, 그가 좋아하는 게임과 프라모델 등이 많은 '요도바시 카메라'를 찾았다. 여기에는 건담과 같은 로봇 프라모델 뿐 아니라 위 사진처럼 옛 성 프라모델, 무사의 갑옷 프라모델 등 여러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상품들이 즐비했다. 고교 시절 내내 <대망>을 붙잡고 살았던 나로서는 '에도성', '오사카성', '나고야성' 등의 이름만 봐도 가슴이 뛰었다.

 

 

 

 

 

 

 

 

가까이서 한 컷 더.

 

 

 

 

 

 

 

 

김 박사와 내가 공유하고 있는 또 하나의 취미. 뽑기. 뽑기의 본고장의 뽑기는 과연 달랐다. 종류도 많고 재미있어서 깔깔대며 백 엔 동전 마구 넣다가 문득 정신 차려보니 대출혈이 있었다. 100엔은 동전이지만 가치는 한화 천 원이라는 것, 잊지 않도록 손등에 문신이라도 해두자. 

  

 

 

 

 

 

 

 

현세대의 기종은 아니지만 고작 몇 년 전에 게임 세상을 호령했던 닌텐도의 Wii가 중고가격 2000엔. 그 옆에는 30년 전 게임기인 패미콤의 팩이 100엔에서 500엔 사이에 팔리고 있었다. 야, 이 나라는 돈만 있으면 심심해 죽을 일은 없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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