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遊記/4대강 자전거길

5. 4대강 새재도보길 - 선배의 은혜

 

 

 

 

만났다, 선배님들. 패치에 본드, 렌치까지 빌려주었고 처음 해보는 내가 혼자 낑낑거리고 있자 도와주기까지 했

 

던 라이더 선배님들. 정말 고맙슙니다. 다 고쳐준 뒤, 주말을 이용해 달리는 중이라는 회사원 선배님은 소조령

 

쪽으로 달려갔고, 인천에서 출발해 부산까지 가는 중이라는 태권도 사범 선배님은 나와 같은 방향이긴 하지만

 

갈 길이 멀기 때문에 속도를 내어 먼저 달려갔다. 저도 언젠가 길 위에서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

 

습니다.  

 

 

 

 

 

 

 

 

라이딩으로 올랐든 워킹으로 올랐든 이화령은 이화령. 선배님들이 찍어줬다.

 

 

 

 

 

 

 

 

떠나기 전의 두 영웅. 다시 한 번 어휴 고맙습니다.

 

 

 

 

 

 

 

 

북한강의 소양강 처녀처럼, 이 길을 지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장씩 찍는 이화령 사진. 남의 블로그에서 볼

 

때엔 정말 별 감흥 없었는데 직접 가서 보니 굉장했다. 사진으로 보니 내 블로그에서 보는데도 별 감흥 없긴 하

 

다.

 

 

 

 

 

 

 

 

파노라마로 찍으면 좀 느낌 있을까 싶어 찍었던 건데. 이것도 별로. 역시 가서 보시라.

 

 

 

 

 

 

 

 

자전거길마다 애용하던 라이방 선글라스는 서양인 용인지 콧잔등에서 자꾸 미끄러졌다. 일상 생활에서 멋부릴

 

때엔 훌륭하지만 운동할 때엔 별로라는 말을 했더니, 운동하는 내 동생이 올해의 생일 선물로 사준 새 선글라

 

스. 첫 출장인 이번 라이딩에서 효과 톡톡히 보았다. 고맙다. 

 

 

 

 

 

 

 

 

이화령 터널을 뒤로 하고 내려가기 직전. 빵빵해진 타이어의 자전거를 타는 것이 이렇게 기분좋은 일이었을 줄

 

이야. 정말 신난다.

 

 

 

 

 

 

 

 

 

 

 

 

자전거 블로그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화령 내리막에서 3-4km는 페달 한 번 안 밟고 날로 먹는다는 언급을 쉽게

 

볼 수 있다. 다음 거점인 '문경 불정역'까지의 거리가 약 20km이니 1/6에서 1/5 정도의 구간에 해당하는 셈이

 

다. 하지만 이것은 나 같은 초심자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말인 것 같다.

 

 

 

일단 내리막의 각도가 상당히 높다. 게다가 계속되는 커브길이기 때문에 반대편에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알 수가

 

없다. 계절의 특성이겠지만 내가 이 길을 달린 9월 중순엔 낙엽이 많아 더 위험했다.

 

 

 

뒷바퀴의 펑크를 임시로 때워서 더 위험했던 것은 나만의 특성이긴 하다. 그런데 나는, 다른 자전거길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바퀴 펑크를 이 새재길에서는 몇 차례나 목격했다. 특히 이화령을 전후로 한 그늘에서는 자전

 

거를 뒤집어놓고 바퀴를 빼고 있는 라이더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이건 바퀴 관리를 잘 못한 라이더들이 우연히

 

모였다기보다는, 주로 강변을 달리는 다른 자전거길에 비해 산이나 고개 사이를 지나는 새재자전거길의 특성이

 

반영된 일반적 현상인 것 같다. 분명히, 새재자전거길에서는 길 위에서 뾰족한 돌이나 나무 따위를 유난히 많이

 

보았던 기억이 난다. 이런 위험까지를 감안해, 이화령의 내리막은 초심자에겐 시간을 줄여줄 수 있는 편리한 길

 

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손바닥이 아프도록 브레이크를 잡은 것은 이 길이 처음이었다.

 

 

 

 

 

 

 

 

물론 평지에 가까워질수록 경사는 낮아지고 커브는 줄어든다. 거기에서부터는 나도 페달 한 번 안 밟고 오토바

 

이 타듯 신나게 탔다. 하나 주의하실 점. 그 속도로 달리다간 갑작스레 나오는 좌회전 표지판 놓치기 쉽다. 위의

 

사진은 일부러 가까이에 멈춰서서 찍은 것이기 때문에 표지판이 크게 나오지만, 실제로 달리다 보면 순식간에

 

휙하고 지나갈 것이다. 이화령 내리막 탈 때, 평지가 나오기 시작하면 좌회전 표지판 주의하실 것.

 

 

 

 

 

 

 

 

부산에서 서울을 가자면, 서울에서 부산을 가자면 반드시 지나야 했던, 영남대로. 호랑이 뛰놀고 산적이 날뛰는

 

이 길로, 얼마나 많은 선비들이 봇짐 지고 지나갔을까.

 

 

 

 

 

 

 

 

'영남대로'의 큰 현판 위에 '문경문(聞慶門)'이라는 작은 현판이 있다. 문경새재와 문경시의 문경이 저 문경이었

 

구나. 들을 문聞에 경사 경慶이다. 혹 과거시험과 관련이 있을까 싶어 집에 돌아와 검색을 해 보니, 정설은 아니

 

지만 유력한 설이라 한다. 새재를 통해 들고 나는 이들이 급제의 경사스런 소식을 전해주던 곳. 문경의 옛 이름

 

이 같은 뜻의 문희(聞喜)라 하니 근거가 없는 설은 아닌 듯 하다. 애틋하고 고운 이름이다.

 

 

 

 

 

 

 

 

문경문을 지나 좀 더 달려가니 문경읍이 나왔다. 벌써 문경에 왔나. 그럼 상주도 다 왔겠네, 하고 생각했지만.

 

 

 

나도 이번에야 알게 됐다. 문경읍은 문경시 문경읍으로 문시 소속이긴 하지만 문경시청이 있는 시내로부터는

 

굉장히 멀다. 본디는 이 문경읍이 문경이었고, 오늘날에 시청이 있는 지역은 예전에 점촌이었다 한다. 그런데 점

 

촌이 점차 커지면서 점촌시가 되었고, 이 점촌시와 문경군95년에 문경시로 통합되었다. 통합 이후 문경군은

 

문경시 문경읍이 되었고 점촌시는 문경시 점촌동이 되었다. 

 

 

 

 

 

 

 

 

문경읍은 평범한 읍 정도의 크기이다. 문경시의 시내는 수원이나 안산 정도의 크기는 되는 것 같다. 아무튼 이

 

사진을 찍을 때 문경읍을 막 지난 나는 아직도 문경시까지 까마득하다.

 

 

 

 

 

 

 

 

문경읍을 지나며 계속해서 바라봤던 산. 우리 나라에서 산자락이 저렇게 곱게 떨어지는 산은 처음 봤다. 대개는

 

저렇게 긴 호선을 그리기 전에 다른 산 자락에 막히기 마련인데.

 

 

 

 

 

 

 

 

봉우리도 새초롬하니 뾰족하다. 도도하고 아름다운 아가씨를 보는 기분이다.

 

 

 

 

 

 

 

 

카메라로 담을 수 있는 때까지 계속해서 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