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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가지의 네덜란드

14. 빨간 바지

 

 

 

 

 

 

믿든 아니든,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이 패션이야말로 이 블로그(네덜란드 사람이 좋아하는 50가지)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빨간 바지를 입고 돌아댕기는 사람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거든요. 정말이지

 

어디에든 있었습니다. 자전거 타는 사람도 빨간 바지, 베란다에 앉아 있는 사람도 빨간 바지, 길거리를 오가는

 

사람들도 빨간 바지. 정말 이상한 문화라고 생각했어요. 네덜란드 사람들은 색맹이라는 걸 무척 자랑스럽게 생

 

각하는 모양이지?

 

 

 

빨간 바지는 네덜란드의 독특한 특징입니다. 단정한 헤어스타일의 노신사가 꼭 맥도날드의 로날드 캐릭터처럼

 

샛노란 스웨터와 새빨간 바지를 입고 자랑스럽게 돌아댕기는 걸 보면 누구라도 그 배짱에 깜짝 놀랄 겁니다.

 

 

 

'빨간 바지의 물결'을 알아챈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우리 아버지가 암스테르담으로 왔던 적이 있었습니다. 어

 

느 오후 도시를 한 바퀴 죽 돌아본 아버지는 문득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기선 빨간 바지가 인기인 모양이다. 나도 하나 살까봐."

 

세상에! 빨간 바지를 좋아하는 건 전염성이었나 봅니다. 아버지는 쉰다섯 살의 백인 남자이니까, 빨간 바지를 파

 

는 사람들이 딱 노리는 마케팅 대상이긴 했어요. 그렇지만 겨우 며칠만에 이렇게 딱 걸려들 줄이야. 아버지를 혼

 

자 나가게 내버려둔 제 잘못이지요.

 

 

 

빨간색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건 분명히 말해둬야 하겠습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밝은 색의 옷을 아주 좋아하기

 

로 유명하죠. 거리를 걷다 보면 남자들이 오렌지색, 노란색, 복숭아색, 심지어는 분홍색의 바지까지 입고 다니는

 

걸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제게는 빨간 바지를 좋아해야 할 의무가 있죠. 아니, 숭배해야 할 정도입니다. 빨간 바지와 그

 

걸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지 않았더라면 이 블로그는 시작되지 않았을 거예요. 그걸 보고서 네덜란드 사

 

람들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블로그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빨간 바지야말로 네덜란드에

 

와서 '썅 이 나라는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거야?'라고 생각하게 만든 첫번째 컬쳐 쇼크였거든요.

 

 

 

 

 

 

 

 

 

 

오늘의 댓글

 

 

Caro : '빨간 바지를 입은 남자'는 정말 전형적인 네덜란드의 문화이지. 칼럼 쓰는 사람들이나 블로거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주제야.

 

 

Karen : 우리 부모님은 1982년에 빨간 골덴 바지를 커플로 맞춰 입고 결혼식을 했어. 우리 엄마는 밝은 색의 바지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

 

우린 그걸 '즐거운 바지'라고 불러. 평범한 색 바지들은 칙칙하고 우울하거든.

 

 

Capitein : 난 이걸 아주 깊게 연구해 왔고 나름의 이론을 갖고 있지. 빨간 바지는 반드시 단추와 카라가 달린 폴로 셔츠와 입어야 해. 셔츠의

 

색은 분홍 색이나 파스텔 색이고. 그리고 패션을 완성하려면 맨발에 가죽 구두를 신어야 하지. 가끔씩 밝은 노란 색의 스웨터를 어깨에 걸쳐

 

목 앞에 묶거나, 주머니가 달린 캐쥬얼 잠바와 함께 입기도 해. 이건 원래 암스테르담의 프레피들의 문화였어. WASP들이 다닐 법한 엘리트

 

대학이나 사립고등학교 다니는 애들이 입는 거였는데, 프레피처럼 보이고 싶은 사람들에게나, 아니면 간신히 프레피 정도로 경제적 성공을

 

이룬 사람들에게까지 전파된 거야.

 

 

Wendy : 미안하지만, 이번 건 정말 틀린 것 같아. 나는 이 블로그의 다른 것들에는 다 동의하지만, 이 것만은 당신이 만들어 낸 얘기 같아.

 

 

Lisette : 그건 네덜란드의 졸부들이 입는 유니폼이야. 자기가 얼마나 중요한 사람이고 얼마나 많은 돈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어하는 치

 

들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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