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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3

Lego 79003 An unexpected gathering

 

 

 

 

 

출시 예정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벼르고 별렀지만 레고 코리아의 담대한 가격 책정에 허를 찔려 1년이 지나도록

 

손가락만 빨았던 바로 그 제품. 영화의 개봉과 함께 시작된 새 시리즈 'The Hobbit'의 대형 제품군 중 하나인 79

 

003, 'An unexpected gathering'이다. 우리나라에는 '뜻밖의 만남'으로 번역되어 출시되었다. 생일도 아니고 잘한

 

짓도 없는 판에 선물로 받게 되어 나야말로 뜻밖의 만남. 너무 기뻐서, 마트에서 계산대를 거쳐 나오는 모든 사

 

람들 앞에 우뚝 서서 자랑하였다.

 

 

 

 

 

 

 

 

공식적인 박스 아트는 위와 같다. 책이나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제목만 보고도 알 수 있듯이, 이 제품은 주인공

 

빌보 배긴스가 자신의 집으로 갑작스레 들이닥친 드워프들과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그날 밤의 장면을 형상화한

 

것이다. 주 무대가 되는 빌보 배긴스의 집과 빌보 배긴스, 마법사 간달프, 그리고 네 명의 드워프의 레고 피규어

 

가 들어 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이치이겠지만, 열세 명의 드워프 피규어를 모두 모으고 싶다면 시리즈에 속한

 

소, 중, 대의 제품을 모두 사야 한다. 자본주의를 혐오하게 되는 몇 안 되는 순간은 바로 이런 때이다.

 

 

또 하나의 잠깐 레고상식. 어디 써먹을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배워 두자. 얼핏 생각하면 주인공 캐릭터의 피

 

규어는 가장 인기가 높기 때문에 제일 비싸고 큰 제품에만 들어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소형부터 대형까지 거

 

의 모든 제품에 들어있다. 소형 제품들도 결국은 영화의 한 장면을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주인공이 나오는 장면일 확률이 높아서일 것이나, 마음이 선한 혹자는 대형 제품에만 하나 넣어두면 암거래 시

 

장에서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를 것을 걱정한 레고 본사의 천사 같은 마음씨라고도 하고, 음모론에 빠진 혹자

 

는 소비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 소형 제품에도 주인공 피규어를 넣어 두어 선량한 일반인들을 차츰 레고 지옥으

 

로 끌어들이려는 일종의 흑마술이라고도 한다.

 

 

 

 

 

 

 

 

 

오랜만의 신상품 조립이라 게눈 감추듯 뚝딱. 구석구석 재미난 표현들을 조립하며 찍어 봐야지 생각하고 다음

 

순간 정신 차려보니 어느새 완성.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린 환희의 시간에, 숙련된 조립의 손이 한스러울 뿐이다.

 

 

 

 

 

 

 

 

 

일부러 옛날 동화집의 삽화처럼 보이라고 사진의 보정 과정에서 노이즈 처리를 해 주었는데 그냥 G 휴대폰으로

 

찍은 것처럼 나왔다. 아무튼. 영화 'The Hobbit' 3부작의 주인공인 빌보 배긴스와 그의 농작물.

 

'호빗'과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집필한 저자 톨킨은 주인공 종족인 '호빗' 족을 구상할 때 산토끼를 연상하였다

 

고 알려져 있다. 덥수룩한 털로 뒤덮였으며 몸에 비해 다소 큰 발, 온순한 성격, 나무등걸이나 야트막한 언덕에

 

굴을 파고 거주하는 습관 등이 그 대표적인 흔적이다. 그런 정보를 떠올리면서 조립하다 보면 바구니에 당근이

 

들어있는 것이 아주 재미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산토끼의 흔적' 중 또 하나. 호빗 족이 사는 집의 대문은 산토끼가 들고 나는 동굴의 구멍처럼

 

동그랗게 생겼다.

 

 

 

 

 

 

 

 

 

샥 뒤집으면 집 안을 들여다볼 수 있다. 요 몇 년 새 레고에서는 앞으로만 그럴 듯하고 뒤로 보면 뻥 뚫려 있는

 

이런 식의 뻥치기 제품을 종종 낸다. 이왕이면 앞뒤로 다 완성되어 있고 만약 안이 보고 싶을 때엔 가운데를 분

 

리하여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해 주면 더 좋겠지만, 어차피 전시해 놓으면 뒤가 안 보이기도 하거니와, 앞만 완성

 

된 제품도 이렇게 비싼데 앞뒤로 다 완성되면 도대체 얼마를 강탈해 갈 것인지 두렵기도 하다.

 

소설과 영화에서는 빌보 배긴스의 집을 쭉 이어진 동굴에 현관, 거실, 서재, 식료품 저장고 등의 방이 따로 있는

 

형태로 묘사하고 있는데, 제품은 주요한 사건이 일어나는 식당만을 단순하게 표현해 놓았다.

 

 

 

 

 

 

 

 

지도를 놓고 고민 중인 보푸르. 이야기를 나누는 중인 발린과 드왈린.

 

 

 

 

 

 

 

 

 

 

식탁을 앞에 두고 신난 봄부르. 나는 소설을 여러 차례 읽었고 영화는 두어 번 본 것이 전부여서 다른 피규어들

 

은 사실 어떤 드워프를 형상화한 것인지 잘 알 수 없었지만, 이 봄부르만은 대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원작에서

 

도 늘 배고파하며 위기가 눈앞에 닥쳤을 때에도 배가 부르면 태평해지는, 아주 매력적인 캐릭터였던 봄부르.

 

크기가 규격화되어 있는 레고 피규어로는 그 넉넉한 몸집을 드러내기 어려웠을 텐데 머리부터 이어지는 수염

 

브릭으로 마치 배가 나와있는 듯한 착시를 유도하였다.

 

 

 

 

 

 

 

 

 

 

만사의 원흉 간달프 아저씨. 그 뒤로 빌보 배긴스의 대문과 그 대문의 오른쪽 아래에 새겨진 간달프의 사인이 보

 

인다. 저 작은 사인 하나가 대를 잇는 모든 모험의 출발점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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