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기장/2013

전기 자전거 2

 

 

 

 

 

전기 자전거에 대해 이런저런 정보들을 알아가다 보니 직접 한 번 타보고 싶은 마음이 강해졌다. 다행히도, 여러

 

전기 자전거들 중 특히 관심이 있었던 이스타 26을 만든 회사인 알톤은 애당초 자전거 전문 기업이었기 때문에

 

서울 각지에 지점이 있었다. 그 중 운동 삼아서 걸어 다녀올 수 있는 지점을 골라 전화를 해 보니 재고가 동이 나

 

서 팔 수 있 물량은 없지만 시승용은 한 대 있다는 답을 돌려주었다. 어차피 당장은 춥기도 하고 살 돈이 없기

 

도 했기 때문에 나로서는 별로 토를 달 이유가 없었다.

 

 

 

 

 

 

 

 

 

시승해본다고 하고 그대로 내빼는 놈들이 많았던 듯, 자전거 한 대 잠시 타 보는 데에도 회원카드를 만들고 신분

 

증을 맡긴 뒤에야 탑승할 수 있었다. 복장에서도 알 수 있듯 자전거의 요모조모를 따지며 시승해보겠다는 각오

 

가 부족했다. 있는 옷 대충 주워입고 나간 것인데, 덕분에 그냥 걸어도 추운 저녁나절에 전기 자전거까지 쌩쌩

 

타고 나니 콧물이 대동강처럼 흘렀다.

 

 

 

 

 

 

 

 

 

 

이 사진은 사실 막 출발하려는 때가 아니라 한 차례 출발했다가 전기 자전거의 독특한 주행 방식에 당황해 급정

 

거를 건 때에 찍힌 것이다. 얼마 전 유명 전기 자전거 4대를 비교 분석하여 화제가 되었던 jtbc의 '남자의 그 물건

 

'이라는 예능 프로에서도 볼 수 있고,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여러 시승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전기 자전거를 처

 

음 타는 사람들 중에는 출발 후 독특한 느낌에 깜짝 놀라며 급제동을 거는 경우가 많다.

 

 

 

내 경우를 들어 굳이 설명을 하자면 다음과 같은 과정 때문에 '깜짝 놀라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본격적으로

 

페달에 두 발을 올리고 달리기 전, 왼발은 내 몸과 자전거의 차체를 받치며 아직 지면에 닿아 있었다. 보통의 자

 

전거라면 이 상태에서 오른발로 페달을 돌리며 천천히 나아가는 속도에 맞춰 지면에 닿아 있던 왼발을 떼어 왼

 

쪽 페달에 올려놓게 된다. 그런데 전기자전거,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타 본 이스타 26의 경우에는, 오른발로

 

페달을 가볍게 한 차례 밟은 것만으로도 자전거가 내 머리와 몸의 예상 이상으로 순간적인 속도가 났다. 아직 지

 

면에 닿아 있는 왼발도 처치 곤란이고, 멀뚱멀뚱 일자로 세우고 있던 몸이 뒤로 확 제껴져서, 일단 급제동을 거

 

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보통의 남성에 비해 순간반응속도나 유연성이 뛰어나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는 내 경우에도 세 번째의

 

발에는 잘 적응할 수 있었다. 적당한 긴장만 하고 있다면, 운동신경이 좋은 사람은 첫 번째의 출발에도 그냥

 

한 느낌 정도만을 받으며 무난히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자전거 가게의 주위로는 한적하고 넓은 골목이 있어서 편하게 시승을 해 볼 수 있었다. 바로 앞의 일기에서도 소

 

개했듯이 이스타 26은 페달을 돌릴 경우에만 전력이 공급되는, 말하자면 운행을 '보조'해 주는 유형의 전기 자전

 

거이다.

 

 

 

그러나 페달을 아주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바로 모터가 도는 정도는 아니었고, 1초보다는 조금 짧은 정의 지연

 

이 있었다. 계속 페달을 돌리고 있으면 모터도 계속 같이 도는 것이니 별로 신경 쓸 일이 아니지만, 속도의 조절

 

이나 장애물 회피 등을 위해 페달을 밟았다 멈췄다 하면 이 지연되는 감각이 의외로 좀 거슬린다. 이것은 아마도

 

내가 무의식적으로 '전기자전거라지만, 내가 페달을 밟는 느낌은 직관적으로 바로 전달되고, 다만 드는 힘이 대

 

폭 줄어들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어차피 페달을 밟아야 자전거도 나가고 모터도 구동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힘은 분명히 들어간다. 그

 

런데 자전거의 속도 리듬이 내가 힘을 주는 타이밍과 묘하게 어긋나다 보니, '자전거를 몰고 있는' 실감이 잘 나

 

지 않는다. 나쁘게 정리하자면, 힘을 들여야 가는 건 아니까 힘을 들이고는 있는데, 이 힘이 실제로 구동에 필요

 

한 것인지 아닌지는 잘 느껴지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속도는 분명히 나오고 있고, 생각보다 다리 운동도 많이 되는 것도 분명하다. 위의 기묘한 느낌에는 적응

 

하면 그만일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스타 26의 전기 출력은 6단계로 구동된다. 출력의 단계는 왼손의 엄지가 닿는 지점에 있는 컨트롤러로 간단하

 

게 조작할 수 있다. 1단계로 출발해서 잠시간 달리다가 6단계로 조정을 해 보았더니, 분명한 차이가 느껴졌다.

 

25km/h 언저리가 되자 모터는 자동으로 멈췄지만, 페달을 더 열심히 밟자 속도는 그 이상이 나왔다. 사장님의

 

말에 따르면 6단계로 내내 달릴 경우 약 30-40km 정도 주행한 후 배터리가 방전된다고 한다. 나쁘지 않은 성능

 

이다.

 

 

 

약 오 분 가량 한 차례 탄 것에 불과해서, 시승의 느낌 외에 이러쿵저러쿵 평을 하는 것은 주제넘은 일 같다. 다

 

만 인상을 적어 두자면, 일단 최초에 생각했던 것처럼 실질적인 교통 수단이 되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서울의 이곳저곳에 자전거로는 어떻게 가는지 네이버 지도 어플을 사용해 경로

 

검색을 해 본 적이 있었다. 출발지부터 도착지까지 직선 루트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 신촌에서 서강대로를 거쳐

 

한강까지 내려간 뒤 한강 자전거 길로 긴 거리를 이동하게 되어 있었다. 지도 상으로 놓고 보면 무척이나 돌아가

 

게 되는 것이어서, 시간을 다투는 약속이나 출퇴근에는 이 루트를 사용하는 것이 무리이다.

 

 

 

당연히 도심을 뚫고 지나갈 수밖에 없는데, 출발과 주행, 제동이 순간적이고 직관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때가

 

있는 전기 자전거(이스타 26)의 특성상 위험한 순간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도심의 차도에서

 

전거를 몰다가 넘어지거나 원치 않는 급제동을 했다가는 정말 큰 사고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도로

 

잘 확보되어 있는 상주나 제주도 등의 지방도시, 혹은 유럽의 일부 국가라면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레저나 산책, 가벼운 운동용이라면 기대 이상의 만족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들었다. 페달을 돌리

 

는데에 필요한 적당량의 힘은 기분 좋은 운동의 감각을 준다. 또 일반자전거에만 비하자면 같은 거리를 더 빠르

 

거나 같은 시간에 더 먼 거리를 갈 수 있으니, 산책의 영역이 좀 더 넓어지는 장점이 있겠다. 신촌에 살고

 

있는 내 경우에만 한정해 말하자면, 걸어서 갈 수 있는 좋은 산책로래봐야 고작해야 연희동을 한바퀴 돌거나 세

 

검정까지를 왕복하는 것 정도인데, 전기자전거가 있으면 상암의 하늘공원이나 응암의 감자탕골목에도 가볍게

 

다녀올 수 있을 것이다.

 

 

 

근래에 여러차례 방송을 타는 호재를 입고 현재는 알톤 본사의 이스타 26 재고가 바닥난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모터의 위치나 색상 배치 등을 다시 고려한 2013년형 모델이 조만간에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니, 푼돈을 모으며

 

느긋하게 기다려봐야겠다. 꼭 이 모델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나는 언젠가 전기 자전거를 사기로 마음을

 

먹었다.

 

 

 

 

 

 

'일기장 > 2013'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마쥬?  (0) 2013.04.02
만보기  (6) 2013.03.27
전기 자전거  (4) 2013.03.21
확실히  (0) 2013.03.20
국립국어원 선정 2012 신조어  (3) 2013.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