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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임병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정치평론가 임병도 씨, 필명 '아이엠피터'의 2012년 7월 작.

 

 

 

저자는 정치시사 블로그 계의 거목이다. 책날개에서는 그의 블로그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월평균 50만 명'이라

 

고 소개하는데, 정치시사 블로그의 독자들이 비교적 충성도가 높은 독자들임을 감안하면 반드시 50만 명이라고

 

보기에는 어렵겠지만, 아무튼 엄청난 숫자인 것은 틀림없다.

 

 

 

나도 이따금 블로그 계의 풍향을 살피기 위해 포털 DAUM의 블로그 서비스인 'View'란을 방문하곤 하는데, 지속

 

적으로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하는 글들은 대체로 연애, 맛집, 연예 카테고리에 국한되어 있다. 그 외의 카테고리

 

에 속하는 글들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것은 대체로 하나의 폭발력 있는 이슈가 있을 때일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국제 카테고리라면 연평도 피격 사건이나 독도 문제가 터졌다든지, 육아라면 보육원 음식에서 식중독 균이

 

나왔다든지, IT라면 아이폰의 새 모델이 발표되었다든지 하는 등, 특정 사건과 관련하여 일시적인 관심이 집중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큰 관심이 집중되었던 블로그를 즐겨찾기에 추가해 놓고 그 후로 며칠 동안 꾸준히 방문해

 

보면 대체로 조회수가 급감하는 것이 목격된다.

 

 

 

특히 정치 블로그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언론사의 뉴스를 그대로 퍼나르기만 하는 것이라면, 포털의 메인 화

 

면에서 온갖 신문사들의 뉴스를 대부분 볼 수 있는 우리 나라의 누리꾼들이 그 블로그를 골라 따로이 방문할 필

 

요가 없다. 따라서 언론사 이상의 정보력을 갖추지 못 한 이상 각 언론사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자신만의 관점,

 

그리고 그 관점으로 행한 '분석'만이 메리트라고 할 수 있겠는데, 정치의 이벤트들은 대체로 단일 사건으로만 볼

 

수 없고 어떠한 맥락 상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글의 성격이 논증적이고, 또 길어질 수

 

에 없다. 번잡한 출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읽기도 어렵고, 출근 직후나 점심시간 직후의 어수선한 짬에 대놓고

 

읽기도 어렵다. 글의 내용 자체가 접근성이 낮다는 말이다. 게다가 임병도 외에도 몇몇 정치 블로거들이 이따금

 

성토하는 바에 따르면, 'BEST 게시물'로 선정되어야 더 많이 노출되어 접근성이 높아지는데, 이 선정의 기준이

 

모호하며, 정치시사 카테고리의 글들은 특히 더 홀대받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근래 속속 제기되고 있는 '네이버

 

연관 검색어' 관련 의혹들을 참고해 보면, 단순히 음모론만으로 치부하기는 어려운, 분명한 개연성이 존재하는

 

주장으로 여겨진다. 아무튼 이러한 상황에서, '월평균 50만'이다. 뚝심만 있으면, 컨텐츠는 언젠가 스스로 빛을

 

발한다.

 

 

 

 

이 책은 그 블로그인 아이엠피터(http://impeter.tistory.com/)에 연재되었던 게시물들을 소주제 별로 묶어 출간한

 

것이다. 블로그에는 하루이틀 상간으로 그날그날의 가장 큰 이슈들에 대한 분석 게시물들이 올라와 그 양이 이

 

미 적지 않은데, 중요한 인물로 묶은 것도 있고, 이벤트로 묶은 것도 있고, 흥미 위주로 묶은 것도 눈에 띈다. 총

 

6장이다.

 

 

 

1장 '문재인의 운명'에서는 정치평론가인 필자가 오래 전부터 대통령감으로 지목해 온 문재인에 대한 여덟 개의

 

게시물들을 묶었다. 일종의 인물론으로, 특정일의 특정 이벤트 등을 다룬 것이 아니라, 인간 문재인과 대통령감

 

문재인을 평하였다.

 

 

 

2장 '독재정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보여주는 박정희와 박근혜 그리고 전두환'도 역시 인물론이긴 한데, 각기

 

다른 의도로 쓰였던 게시물들을 출간을 목적으로 하나로 묶으려다 보니 제목이 길어진 것 같다. 하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삼인을 묶은 것에 일정한 유기성이 있긴 하다. 거칠게 나누어 보자면, 총 여덟 개의 게시물 중 하나는

 

박정희, 하나는 박정희와 박근혜, 두 개는 박근혜, 하나는 박근혜와 전두환, 두 개는 전두환에 관한 글이다.

 

박정희와 관련된 게시물은 그의 만주군 이력에 관한 것이고, 박정희와 박근혜에 관련된 것은 정수장학회에 관한

 

글이다. 박근혜에 관련된 것은 그의 정치인으로서의 이력과 지지세력에 관한 것이고, 박근혜와 전두환에 관련된

 

것은 박이 전을 '오빠'라고 불렀던 사이이며 신군부 쿠데타 이후로 금전적으로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는 내용이

 

다. 전두환에 관련된 것은 그가 거액의 추징금을 '29만원' 운운하며 회피하고 있는 와중 그의 가족들이 보여준

 

수상쩍은 재산 관계와, 법적 근거 없이 혈세를 들여 '국가내란범'이자 추징금을 회피하는 '범죄자'를 경호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비판의 글이다.

 

 

 

3장 '대한민국을 사유화한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패밀리들'에서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초기 폭발적 원동

 

력이 되기도 하였던 '가카'와 그의 인맥, 인척들의 비리상을 다루었다. 청계재단, 자이드 국제환경상 상금, 지하

 

철 9호선 요금 인상, 인천공항 민영화, 내곡동 사저, 그리고 여사님의 '한식세계화추진단' 문제가 언급되었다.

 

 

 

4장 '세금이 아깝다 국민 모독 3종 세트'에서는 강용석 전 국회의원, 전여옥 전 국회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세 인물에 각각 두 꼭지가 할애되어 총 여섯 개의 게시물이 묶였다. 칼로 자르듯 나누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두

 

꼭지 중 하나는 그 인물의 언행이나 이력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 이벤트에서 드러난 그 인물의 특성에

 

관한 것이다.

 

강용석과 관련해서는  '아나운서 성추문 언행' 사건과, 국회의원으로서의 그의 미미한 활동상에 대해 다룬 게시

 

물이 실렸다. 전여옥의 경우에는 지지의 대상이 자주 바뀌었던 그의 정치이력상과, 대표저서 '일본은 없다'가 긴

 

시간의 공방 끝에 결국 표절로 판명난 사건을 다루었다. 김문수에 대해서는 그의 '변절의 역사'와, '도지사 김문

 

숩니다'라는 유행어를 남겼던 남양주 소방서 통화 사건을 언급하였다.

 

 

 

5장 '서울을 망친 남자, 서울을 노린 여자, 서울을 시민에게 돌려준 남자'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국회의원, 박원순 서울시장의 세 인물을 축으로 삼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경과를 설명하였다. 시간 순서

 

를 따라 열한 개의 게시물이 묶였는데, 주요한 이벤트들을 중심으로 하여 현실의 역사를 재구해 낸 이 장이야말

 

로 이 책이 빛나는 순간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1장부터 4장은 일종의 인물론으로, 해당 게시물들은 그 인물의 특성에 대해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계기를 제공할

 

뿐 하나가 빠지거나 하나가 더 들어가더라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말하자면, 지금 다시 아이엠피터

 

의 블로그를 찾아가 느긋하게 하나하나 찾아 읽어도 될, 굳이 책으로 묶을 필요는 크지 않았다고도 말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5장은 특정 이벤트와 관련하여 서로의 인과관계가 밀접하게 얽힌, 하나의 '역사'이다. 이 과정

 

을 한 권의 책으로, 한 장 한 장 넘기며 순서를 따라가기만 하면 배울 수 있는 것은 독자에게 허락된 큰 혜택이라

 

고, 나는 생각한다. 놈놈놈 2권은, 이런 챕터가 좀 더 늘었으면 한다. 혹은, '놈놈놈' 브랜드는 인물론으로 가고,

 

'건건건'과 같은 브랜드를 따로이 만들어 이러한 사건과 역사의 재구를 묶어도 좋겠다.

 

 

 

6장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현주소 닥치고 법 VS 닥치고 권력'에서는 법조계에 관한 게시물들이 실렸다. 이 정권

 

하에서 법조계 뉴스가 정치계 못지 않게 많이 등장했던 것도 한 원인일 수 있겠지만, 필자의 다른 블로그 게시물

 

들을 살펴 보면 우리 정치 개혁의 주요한 요소 중 하나로 사법 개혁을 꼽아온 것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그 관심

 

의 연장선상에서 정치에 관한 5개의 장과 함께 실린 것이 아닌가 한다. 신영철 대법관이나 김홍일 부산고검장,

 

이인규 전 중수부장 등 익숙한 이름들이 등장한다.

 

 

 

 

 

총평. 아이엠피터를 접한 적이 없거나, 접했더라도 충분한 시간을 들여 그의 글을 읽기가 어려웠거나 하는 분들

 

이라면 구매의 의미가 분명하다. 평소 그의 글을 꼼꼼히 읽어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 다시 책으로 읽을 필요가

 

없는 분들이라도 그와 같은 정치블로거가 더 많이, 그리고 오래 있어주길 바라고 있다면 또한, 구매의 의미는 분

 

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