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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1

다녀왔습니다.




- 혹독했던 지난 겨울에 전기 장판을 낙타의 안장처럼 두르고 마침내 살아남았던 것처럼, 인천에서 가지고 온 대나무

자리를 침대 위에 깔아두고는 잠시라도 떠나지 않는다. 함께 비비적거려 새끼를 낳을 수만 있다면 지금쯤 대나무 자리

부족에서 완장 하나 정도는 너끈히 달었을 것. 아무튼, 하루가 그러하니 오로지 하는 일이라곤 떠나지 않는 것 뿐이라

게시를 할 사진도 없고 따로 정리할 생각도 없어 또 잡스런 일기를 쓰게 됐다.


- 예비군 후기. 혹서기라고 설렁설렁 해 주기는 했지만, 설렁설렁 하더라도 혹서기였기 때문에 탈진을 면할 수는 없었

다. 더워서 잠깐 흐르는 맑은 땀 말고, 몸의 양분 다 빨아먹은 진득한 땀이 군복을 모두 적셔 개고 오리고 열심히 먹어

대었던 여름나기 음식들이 말짱 헛수고 됐다. 그렇게 국가에 충성하고 받은 식비 및 위로금은 총 일금 구천 원. 성질

나서 상경길에 닭이라도 한 마리 사먹어야지 하고 갔더니만 팔천 오백 원 하던 동네의 닭집이 쿠폰을 포함시키면서 구

천 오백 원으로 값을 올려 놓았다. 그래봐야 음료수 한 캔 값 오른 거지만, 백 년도 못 살 입에 한 끼 넣어 주자고 오백

원 모자란 만 원을 쓰는 것은 꺼려져 돌아서고 말았다.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실물경기 활성화를 위해 버는만큼 쓰고 살

테니 지금은 용서해 주시라, 하면서.


- 훈련에 가져간 PMP가 생각보다 일찍 방전되어 낭패를 보았다. 휴대폰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는데, 한 통에 얼마인

지 모를 긴 문자를 몇 통이고 보내면서 이럴 바엔 스마트 폰으로 바꾸는 것이 낫지 않겠나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니.

애플이야 언감생심이라지만, 삼성 다니는 지인이 몇 명인데 어찌 갤럭시 하나 안 떨어지나. 회장님께서도 평창 올림픽

유치로 인근에 일찌감치 매입해 두셨던 부지 차익이 얼마일텐데, 아직도 2G 사용하는 문맹들에게 하다 못해 S1 재고

라도 좀 푸실 것이지. 이런 삿된 마음이 잘 자라면 위장전입이 되고 다운계약이 되는 줄이야 알지마는, 그래도 가슴 한
 
편에 깃드는 통석의 념은 금할 길이 없다. 당장 받고 싶은 어플은 버스 시간 알림과 현악기 튜너, 그리고 오르골 어플.


- 스마트 폰 이야기를 하니 생각이 났는데. 김어준 딴지 총수의 각하 헌정 방송 '나는 꼼수다', 다들 듣고 계시는지. 음

량이 크고 진동이 강한 이른바 '아저씨 웃음'은 주위에 전파력은 확실한 반면 지나치게 질퍽해지기 일쑤인데, 이 형은

꼭 한 번 만나 직접 듣고 싶을 정도로 소리가 좋다. 안성기 선생님이나 이영애 씨의 웃음은 배운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그저 좋을 뿐 부럽진 않지만 동종 카테고리는 아무래도 질투심이 난다. 아무튼 내가 개인적으로 갖고 싶어 하

는 웃음소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2012년을 앞둔 유권자라면 들어두어 나쁠 것은 없는 방송이니 구해서 접해


자. 아이튠즈에서 1위라니 찾기도 쉬울테고, 아이폰 없는 이들도 mp3화일로 돌아다니는 것 하나 낚아올리기는 어렵

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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