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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1

힙합에 이 한 몸 바치리, for real





다짐했었던 십 년 전의 사진. 이제의 나는 중산층에 편입되고자 미드 템포의 재즈를 듣는다.


거울을 볼 때마다 특히 입꼬리가 점점 내려가 나이들어 보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던 차에, 김정운 박사의 강의 가운

데 '한국 남자는 웃지를 않아서 볼이 일찍 처진다'는 말을 듣고 좀 웃고 다녀야 되나 어쩌나 고민이 됐다. 아버지의 생

신을 축하하기 위해 들른 인천에서, 방의 서랍을 뒤적거리다 발견한 십 년 전 공연의 팜플렛. 심술맞게 생긴 건 나이

탓이 아니었구나, 하고 살던 대로 살기로 했다. 안 웃기면 안 웃고 말지 뭘.


(큰 상관 없지만) 오늘 있었던 작은 일화 하나. 상경하기 위해 삼화고속엘 탔는데, 건너편 좌석 쪽에 앉은 여성이 아주
 
큰 소리로 무슨무슨 보이프렌드라는 가사가 끊임없이 나오는, 정말 끊임없이 나오는 댄스 음악을 듣고 있었다. 분명히
 
이어폰을 끼고 있는데도 마치 외장 스피커로 틀어놓은 것 같아, 이어폰이 원래 그런 모델인지 살펴보는 눈길 반, 듣기
 
싫은 소리에 무척이나 심사가 불편해진 눈길 반으로 몇 번 쳐다봤다. 왠 보이프렌드가 이렇게 많지, 생각하다가 반복

재생이라는 것을 깨닫고 어처구니가 없어 다시 한 번 쳐다보는데, 그 여성분이 내 쪽으로 고개를 홱 돌리더니 '뭘 봐

요!'하고 새된 소리를 냈다. 어안이 벙벙해진 나는 '아니, 소리가 너무 크셔서...'라고 우물거렸다. 여성분은 '됐어요!'

라고 꽥 소리를 지르고는 보란듯이 팔짱을 껴 상체를 가리고 저쪽으로 몸을 틀었다. 나는 '소리가'라는 내 말을 '가슴

이'로 잘못 들은 것은 아닌가 고민하면서 서울에 닿을 때까지 좌불안석하는 시간을 보냈다.


오늘의 결론. 재즈를 십 년 들으면 겁이 많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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