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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2011

고양이를 봤다.



고양이가 꿈에 나왔다. 여러 꿈을 꾸었는데 계속 어딘가에 자리잡고 앉아서 나를 보고 있었다. 군대 고참들과 술을 마

시는 꿈은 아마도 며칠 전 참여했던 예비군 훈련에서 한 고참을 실제로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중학교 동창들과 공을

차는 꿈은
어제 걸려온 옛 친구의 결혼 소식 전화 때문일 테고, 고향 한 복판에 전투기가 차례로 내려꽂힌 것은 방사능

낙진 뉴스를 읽
고 잔 직후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외로, 일어나 세수를 하고 밥을 짓고 컴퓨터를 켜는 사

이 날아가 버린 더 많은
꿈들에, 고양이가 계속 나왔다. 나는 이 사람 저 사람을 만나고 다니는 꿈들은 모두 꿈이라는

것을 꿈 속에서도 알고 있었지만,
고양이는 꿈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꿈 속에서는 그런 일들이 일어날 때가 있다.

<정글북>의 바기라처럼 턱 밑에 동그랗게 털이 빠진 붉은 상처가 있었고, 사람을 쉴새없이 깨무는 고양이였다. 다른

사람들은
질색하는데, 나는 고양이가 내 손가락을 질근질근 씹도록 내버려 두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손가락은

끊어져 나간 듯 아
프면서도 마음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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